- 진에어 면허취소, 보편요금제 등 각종 정책 판단 ISD 제소 가능성 - ISD 폐지가 근본 해법…이미 제기된 사건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ISD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확산될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공공정책이 위축될 위험이 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인 노주희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사례들을 언급하며 “정책ㆍ사법주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에 ISD 대상이 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사건 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 변호사는 최근 정부가 검토 또는 추진 중인 정책에도 ‘ISD 리스크’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통신요금이 높다고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KT나 SKT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ISD 대상으로 삼을 소지가 있다. 진에어 면허취소도 마찬가지다. 노 변호사는“중재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정부 정책이 사사건건 ISD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은 물론 사법주권까지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토지 강제수용을 문제 삼은 사건은 일반인이 ISD에 나서 주목되는 사례다. 지난달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 씨는 재개발 사업으로 자신의 집이 수용되자 ISD 중재신청서를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제출했다. 서 씨는 시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에 33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노 변호사는 “남편과 집을 공동 소유한 서 씨는 한국 국적인 남편과 달리 제3국의 민간기구에 판단을 구할 수 있다”며 “토지를 적법하게 수용했는지 따지는 국내 법원과 달리 협정문 조항을 위반했는지 살펴보는 제3국의 민간기구에서는 서 씨의 주장이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이 사건에서 패소할 경우 토지수용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또 자국민이 외국인보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ISD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설명한 노 변호사는 ISD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중재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해외 투자자들은 ISD를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등지에서 ISD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만큼, ISD를 폐지하는 것은 현실성 있는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ISD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진행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소송비용, 배상금에 수조 원대의 세금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사안마다 법무부, 국무조정실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응단을 만들어 분쟁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중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개되고 있지 않다. 론스타 사건의 경우 ISD 제기 후 6년가량 지났지만 아직까지 판정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노 변호사는 “잘못이 있으면 재판에서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그 패소는 납득할 만한 결과여야 한다. 중재 규칙이 허용하는 한 정부는 재판 진행 과정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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