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추가 비용 부담 국회 상대 법개정 요구키로
고용노동부가 정유ㆍ화학업계의 정기 보수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을 내놓자 정유화학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올해는 ‘6개월 근로시간 단축 처벌 유예’로 시간을 벌었지만, 내년부터는 52시간 근로시간제에 맞춰 정기보수를 진행할 경우 보수 기간 연장 등으로 수백억원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현장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 정부 조치에 크게 실망한 가운데, 최근 원구성을 마친 국회를 상대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과 관련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25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그간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에 대비해 정기보수 기간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건의문을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통해 정부 측에 전달하고, 각 업체들이 산업자원통상부 측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이번 고용노동부의 지침으로 사실상 정기보수의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에도 기존 근로시간 관련 법규를 지키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루며 정기 보수를 진행해 왔다”며 “이번 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판단으로 업계가 합심해 정부 측 이해를 얻기 위해 적극 나섰지만 이번 (고용노동부의) 결정으로 좌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관련해 정부와의 협의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한 정유화학업계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상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범위를 완화시켜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운신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유화학 업체들은 경제단체와 협회 등과 함께 국회 측에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완료된 만큼 근로기준법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와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과 관련한 법 개정안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안한 1건만 환노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범위에 업종 또는 사업장의 특성상 일시적인 추가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장 오는 10월 SK이노베이션 등은 하반기 대규모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다. 보수 기간 업체들은 전체 생산 시설의 가동을 중단한다. 그간 업체들은 공장을 쉬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인당 한 주 평균 80~90시간씩 보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 52시간 근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보수 기간에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보수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의 규모는 한정적이다. 결국 기존 인력 규모에서 근로시간을 줄이고 보수 기간을 늘리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늘어난 보수 기간으로 생산 가동이 늦어져 막대한 피해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정유화학업계 뿐만 아니라 철강 업계 등에서도 특정 기간 집중적인 근무가 필요한 경우 근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또는 10월에는 이 문제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