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추위서 美 보잉 포세이돈 FMS방식 수의계약 결정…FMS란? -사브 소드피쉬는 미개발품 약점, 에어버스 C295는 성능 기준 미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수의계약 방침→공개입찰 선회→수의계약 방침 복귀.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 사업이 수의계약과 공개입찰 등 2가지 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가 막판에 수의계약을 택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제11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방식을 논의한 결과, 미국 보잉사의 포세이돈(P-8A)을 수의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업비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무기구매사업은 보잉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국은 애초 해군 차기 해상초계기로 보잉의 포세이돈을 FMS 방식으로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스웨덴의 사브, 유럽의 에어버스가 줄줄이 보잉의 포세이돈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공개입찰 여부를 검토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무기구매사업 규모가 3000억원이 넘을 경우 FMS가 좋을지, 공개입찰이 좋을지를 군 무기 구매 및 개발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방추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은 이날 열린 방추위에 올려졌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방추위 위원들은 논의 끝에 수의계약인 FMS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FMS란 미국이 우방국에 무기를 파는 방식의 하나로, 우방국이 FMS 방식으로 무기를 주문하면 미군 무기 납품계획에 이를 포함해 무기를 생산해 우방국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해상초계기 10대를 FMS 방식으로 주문하면, 한국 주문량인 10대는 미군 주문량에 포함돼 제조되고 납품되는 것이다.
▶韓 방추위서 美 보잉 포세이돈 FMS방식 수의계약 결정…FMS란?=FMS의 장점은 우방국의 주문량이 적어도 미군 주문량에 합산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 무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우방국 역시 미군처럼 무기를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우방국이 FMS 방식을 따르면 무기 구매에 관한 한, 미국 군수업체로부터 미군과 유사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납품가가 미군 납품가로 정해지는 만큼 추가적인 가격협상이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FMS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일반상업구매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일반상업구매는 미국 무기를 일반 물품처럼 흥정을 벌여 수입하는 방식이다.
군이 FMS의 이런 장단점을 알면서도 이번에 공개입찰을 고민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로 입찰 의사를 밝힌 스웨덴의 사브사,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을 내놨고, 두번째로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FMS를 강행할 경우 논란과 파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군이 검토했던 보잉의 포세이돈은 보잉 737 기체를 개조한 것으로, AN/APY-10 레이더에 최고속도 907㎞/h, 순항거리 7500㎞, 작전반경 2200여㎞의 성능을 보장한다. 최근 노르웨이와 인도에 1대당 2500억원~2800억원에 팔려 우리 예산 1조9000억원으로는 6~7대를 살 수 있다.
사브의 해상초계기 소드피시는 7개국이 공동 개발한 ‘글로벌6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한 것으로, 최대 592㎞까지 탐지할 수 있는 AESA레이더를 장착하고 최고속도 945㎞/h, 순항거리 9630㎞, 작전반경 4300여㎞의 성능을 낸다. 사브 측은 공개입찰을 제안하며 대당 가격 약 2000억원선, 1조9000억원에 10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의 C295는 최대 360㎞ 탐지가능한 RDR-1400C 레이더 장착, 최고속도 480㎞/h, 순항거리 5370㎞, 작전반경 3500㎞ 등 다른 두 기종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1조9000억원에 20대를 살 수 있다(대당 약 1000억원대)며 가성비를 강조했다.
도전자인 사브와 에어버스는 저렴한 가격에 더해 소위 ‘미끼상품’도 얹었다. 사브는 한국이 오매불망인 전투기의 핵심기술 에이사(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제안했고, 에어버스는 자사 고유 기술로 개발한 통합전술미션시스템(FITS)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브 소드피쉬는 미개발품 약점, 에어버스 C295는 성능 기준 미달=그러나 두 도전자의 장밋빛 제안서는 검증 과정에서 미국 무기의 FMS 구매를 뛰어넘는 장점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FMS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가격 자료(2200억원 가량)는 소드피시와 포세이돈이 비슷하다”면서 “경쟁입찰로 가면 포세이돈의 대당가격이 10~28% 상승하여 총사업비 내에서 구매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즉, FMS로 보잉의 포세이돈을 구매하면 포세이돈을 알려진 가격인 2500~2800억원이 아닌 2200억원선에 구매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소드피쉬와 대당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게 된다.
또한 스웨덴 사브측이 제안한 에이사 레이더 기술이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에이사 레이더 기술이전 가능 목록을 공식 요청했으나 사브사는 스웨덴 정부의 수출승인 대상이라는 이유로 목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40대를 약 7조9000억원에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에이사 레이더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미국 정부가 막판에 에이사 레이더 기술이전은 불가하다고 판단해 말짱 ’도루묵‘이 된 것.
사브 역시 입찰 때 에이사 레이더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거론한 뒤 막판에 스웨덴 정부의 불허를 이유로 기술이전 약속을 철회할 경우, 우리는 알고도 당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사브가 제안한 소드피쉬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 군이 요구하는 납품기일을 맞출 수 있느냐도 판단의 요소가 됐다고 한다.
방사청은 “우리 군은 오는 2022년부터 해상초계기 수 대를 도입해 운용할 예정”이라며 “사브 측 소드피쉬는 현재 사용중이거나 개발중인 상태가 아니고 개발계획만 제출해 우리 군의 소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 요소도 포세이돈의 가격이 낮춰지면서 앞서 사브의 제안처럼 매력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에어버스의 C295는 우리 군이 요구하는 성능요구조건(ROC)에 미달해 논외가 됐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의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KAI) 컨소시엄 경쟁자인 보잉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오지만, 경쟁자가 성능 기준에 미달하거나 납품 기일에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개입찰 탈락 가능성이 워낙 커 논란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