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는 친구는 없어 ‘허탈’ -“팔로워 2000명이지만 진짜는 손에 꼽아” -넓고 얇은 관계에 회의…“정서 교감 방법도 잊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SNS에 일상을 올리는 게 취미였던 김모(31)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원래는 지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했던 공간이었지만 어느 순간 가면을 쓰고 글을 올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직장동료, 대학원 선후배 등 팔로우가 늘자 ‘보는 눈들이 많아져’ 맞춤법까지 신경쓰게 됐다. 친구 리스트가 늘 수록 마음은 공허해져 갔다. 그는 “지인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역설적으로 외로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속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도 늘었는가’라고 물을 때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힘들고 외로울 때 SNS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 음식과 여행의 향연은 사람들에게 고독감을 주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0명이 넘었던 자영업자 유혜린(31ㆍ여) 씨도 비슷한 이유로 최근 SNS를 끊었다. 최근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하게 돼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털어놓을 친구가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인간관계에 되돌아보게 됐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사람만 1000명이 넘는데 내밀한 개인사를 나눌 만큼 막역한 친구가 손에 꼽았다. 그는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밥 한번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입는지 관심을 왜 뒀는지 모르겠다”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를 시간에 친한 친구에게 전화라도 할 걸 후회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지난 4월 ‘대한민국 고독지수’ 설문을 실시한 결과 78점이 나왔다. 설문에 응답한 심리학자들은 고독감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우울증, 자살, 고독사, 일 중독, 악성댓글, 혐오범죄 등을 지목했다. 이들은 ‘사람들의 고독함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 및 사회문제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평균 83점으로 응답했다. 한국 사회가 겪는 다양한 문제가 고독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선 인간관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배모(39) 씨는 “대학 4년을 함께 보낸 동창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서로 할말이 없어 친구의 우정을 논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었다”며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익숙해져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하는 방법조차 잊은 것 같다. 앞으로라도 인생에 진짜 친구 한 명이라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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