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탓에 설비투자 빠르게 늘고 한계기업 생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내 제조업의 가동률 저하가 계속된 원인은 글로벌 교역 부진과 저금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장기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통계청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8년 1분기 71.0%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도 작년 말과 올해 초 두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교역 부진 등으로 국내 제조업 성장세가 현저히둔화했지만 설비투자가 저금리 기조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빠르게 증가한 게 가동률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제조업 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서 연평균 3.5%에 그쳤지만, 설비투자는 연평균 4.0%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특히 2017년 이후 반도체 주도로 크게 확대됐다.
2010년 이전에는 생산 증가율이 생산능력 증가율을 대체로 웃돌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그 관계가 역전됐다.
보고서는 생산능력이 더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저금리가 있다고 봤다.
또 저금리 덕분에 한계기업의 생존이 가능했고,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생산능력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제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7.1%에서 2015년 9.3%로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와 화학은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생산능력도 크게 늘어 가동률이 미미하지만 상승했다.
섬유, 조선, 자동차 등 생산 부진 업종은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생산능력 감소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가동률 지표와 실제 가동률의 괴리 등 통계상 한계도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