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원과 '디코이' 에어포스원 동반 싱가포르행 "101% 안전지대" -회담장소 카펠라호텔 낙점, 착륙 공항은 파야 레바 공군기지 유력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사상 초유의 6.12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싱가포르의 강력한 보안 인프라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모두 세계에서 보안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 지도자로 꼽힌다.
이들은 전용기가 착륙할 공항, 회담 장소, 숙박시설 등 행사에 필수적인 모든 시설에서 최상급의 보안성을 요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 싱가포르까지 19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탑승자의 기분 전환 및 안전 문제 등으로 비행 중간에 기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 6시간 30분을 날아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짧은 거리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장거리 비행에 도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과 2006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때 에어포스원을 타고 왔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타지 않은 에어포스원과 동일한 이른바 ‘미끼용(디코이:decoy)’ 전용기가 함께 이동했다. 이번에도 ‘디코이’가 함께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코이는 혹시나 있을 지 모를 적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에어포스원과 '디코이' 에어포스원 동반 싱가포르행 "101% 안전지대"=트럼프의 ‘디코이’ 에어포스원은 기원전 218년경 진시황제의 행차에 사용됐던 암살 방어용 가짜 황제 수레를 연상케 한다. 훗날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일으킨 책사 장량은 젊은 시절 창해공과 의기투합해 현재의 허난성 양장으로 추정되는 박랑사 인근에서 120근(약 30㎏)이나 되는 철퇴를 진시황제가 탄 수레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박살이 난 수레는 진시황제가 타지 않은 디코이였고, 장량의 암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 기종을 개조한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역시 참매1호 외에 또 다른 항공기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 위원장이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참매1호와 다른 항공기가 동시에 중국으로 날아간 바 있다.
김 위원장이 타지 않은 항공기에는 김 위원장이 지상 이동 때 사용하는 벤츠 자동차 등 김정은 전용 물자가 실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다롄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를 상징하는 휘장이 달린 전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양국 정상은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싱가포르 군 공항을 착륙 장소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의 전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곳은 싱가포르 공군의 파야 레바 기지와 민간시설인 창이공항 등 2곳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보안과 경호상 민간 공항보다는 파야 레바 공군기지가 적격이라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빌비어 싱 부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 현지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우리는 보안 문제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는 두 국가의 지도자를 응대한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된 이유도 101%의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며 두 정상의 전용기가 파야 레바 공군기지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보안 컨설팅 업체인 세큐라 그룹의 운영 담당자인 옹 콕 렁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 관리들과 보안 인력 등 자체 수행단과 보안용 장비를 대동한다. 따라서 공군기지 이용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 전용기가 공군기지를 통해 싱가포르에 들어온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가운데 하나인 창이 공항의 민항기 운항을 일시 폐쇄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아뎀코 시큐리티 그룹의 토비 고 이사도 “창이 공항이 아닌 파야 레바 공군기지를 이용하는 것이 전용기 이착륙에 따른 문제점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공항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이 제한구역에 머물러야 하며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창이 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착륙 45분 전에 공군 기지로 방향을 튼 선례도 있다.
▶회담장소 카펠라호텔 낙점, 착륙 공항은 파야 레바 공군기지 유력=싱가포르 당국은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양국 정상이 최대한 동등하게 보일 수 있도록 의전과 경호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 때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파야 레바 공군기지와 창이 공항의 주요 포스트에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경호 인력 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는 북한과 미국 양쪽에 두루 가까운 중립국적 성격을 띄고 있다.
1975년 북한과 수교했고, 북한은 싱가포르를 아시아 무역 거점으로 삼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일당 지배구조 아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싱가포르 모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미국과도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 미군이 주둔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는 과거부터 다양한 북미간 비공식접촉 장소로 활용됐다.
싱가포르는 마이스(MICE: 전시 및 컨벤션 산업) 산업 강국으로서 각종 정상회담이나 국제회의 개최 경험이 많다. 지난 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는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려 일명 '샹그릴라대화'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2002년 이래 매년 열리는 이 회의에는 전 세계 40여개국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해 매번 세계의 주목을 끈다.
올해 회의에서는 일본 방위상이 북한이 과거 약속을 여러 번 파기했다고 지적하자 송영무 장관이 “북한에게 계속 속았다고 해서 미래도 계속 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협상하고 평화를 창출하겠느냐”고 반박해 시선을 끌었다.
또한 지난 2015년 11월에는 중국-대만 정상의 역사적인 첫 양안회담이 역시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총통은 중국과 대만의 분단 이후 66년만의 첫 만남을 바로 이곳에서 가졌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샹그릴라호텔이 트럼프 대통령 등 방미단의 숙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최고급 휴양지 카펠라 호텔이 낙점됐다.
당초에는 샹그릴라호텔이 유력 회담 장소로 거론됐지만 경호와 보안상의 이점이 있는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로 최종 결정됐다.
5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경호, 보안 문제가 (실무회담) 논의 내내 북한 인사들에게 주된 관심사였다”고 보도했다. 개최 장소 결정에 북한 측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센토사 섬은 본토와 연결된 700여m 길이의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만 차단하면 외부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또 250여m 길이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거쳐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다. 수령이 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 호텔 등에서 카펠라 호텔을 몰래 훔쳐보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