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 이틀 전 “승리의 길”, 北 반발에 "B-52 안온다" -北 “판문점선언 잉크 마르기도 전에 전투훈련…우려와 실망”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북한이 한미 공군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자, 훈련에 참가한다고 알려졌던 미군의 핵전략폭격기 B-52가 한반도로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16일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오늘 문정인 특보와의 오찬 자리에서 B-52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내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소잃고 외양간 고친 송영무…이틀 전 “승리의 길” 운운, 北 반발에 ‘화들짝’

문정인 특보는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이렇게 말하고 “오늘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 후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관련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영무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긴급회동을 갖고 “맥스선더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뒤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당초 맥스선더 훈련에는 ‘현존 세계최강’으로 불리는 F-22 스텔스 전투기, 핵무기 포함 32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의 제왕’ B-52 등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공군 연합훈련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훈련에는 우리 공군 주력전투기인 F-15K, KF-16,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미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 F-16 등 총 100여대의 항공전력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장관 이틀전 “승리의 길”, 北 반발에 "B-52 안온다"=이달 11일~26일 실시되는 이번 훈련은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7공군사령부가 주관하며, 올해는 한국군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 도발 시 한미 공군의 연합 방어훈련, 모아 가상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공격훈련 등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22 스텔스 전투기는 적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은 채 적진 깊숙이 침투한 뒤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군 전략자산이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F-22는 총 8대로, 한미연합훈련에 F-22 8대가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한미 공군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서는 F-22 6대가 참가해 최대 규모였다.

아울러 핵무기 투하가 가능한 B-52가 이번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상호 적대행위 금지에 합의한 북한으로서는 큰 배신감을 느낄 거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또한 지난 14일 있었던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진수식 축사에 나서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발언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송 장관은 축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굳건해야 한다”며 “가장 큰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지난 65년 동안 전쟁을 억제해 온 우리는 지금 그 승리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3시께 송고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서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北 조선중앙통신 “판문점선언 잉크 마르기도 전에 전투훈련…국제사회에 우려와 실망 안겨줘”=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 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통신은 판문점 선언이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 등을 언급했음을 거론하며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 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후에도 “미국의 계속되는 핵전략자산 투입으로 하여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 과정은 취약해지고 그 직접적 반영으로 박두했던 북남 고위급회담이 중지된 것은 물론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상봉 전망에도 그늘이 드리우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미국은 핵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끌어들이는 놀음을 걷어치워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언급하며 이렇게 밝혔다.

통신은 “미국이 조미 수뇌회담이 다가오는 때에 B-52 전략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핵전략자산들을 투입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을 벌려 놓은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극히 도발적이고 온당치 못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진정 대화를 바란다면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들여 조선반도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한 우리의 주동적인 조치들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