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이상 댓글 헤비유저 6000명 물타기·프레임전환 등 민심 호도 비공감 많이 달아 아예 못보게…
현재 인터넷 뉴스 댓글 창에서 펼쳐지는 ‘여론전’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댓글을 장악하고 이들이 만든 상위 몇 개의 댓글이 민심인 냥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고수하는 포털의 책임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소수의 의견이 마치 민심인 것처럼 행사하고 심지어 정책에 영향을 미쳐도 막을 길이 없었다. 댓글 조작은 은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됐기 때문이다.
30일 댓글 통계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새로운 댓글 정책이 시행된 하루 평균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은 모두 30만 개다. 네이버 뉴스 이용자(약 1300만명) 중 댓글을 다는 계정은 고작 0.9%인 11만개 정도다. 그나마 이 중 6000개 ID가 10개 이상 댓글을 다는 헤비유저로 분류된다.
▶소수가 장악한 ‘민심’…여론 왜곡 가능성=문제는 이 소수의 댓글이 주된 여론인 것처럼 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뉴스에 달린 공감이 많은 ‘베스트 댓글’을 현안에 대한 주된 민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세력의 댓글 조작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드루킹 사건처럼 단순히 매크로를 이용해서 기계적으로 ‘좋아요’ 수를 늘린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슈를 끄집어 내 프레임을 전환시키거나 물타기를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민심을 호도했다. 특정 세력이 조직력을 동원해 어떤 이슈에 ‘지겹다’는 댓글을 반복적으로 단다거나, 본질을 흐리는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일종의 민심 조작이다.
사실 헤비 유저들이 뉴스에 특정 성향의 댓글 도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조직이 먼저 뉴스 댓글 창에 가서 일찌감치 어느 정도 베스트 댓글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면, 무비판적으로 ‘대세’를 따라가려는 보통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내리기’…토론은 없다= 비공감을 많이 눌러 댓글을 못보게 하는 ‘댓글 접기’는 여론 조작의 극단적인 사례다. 네이버 댓글 정책 중 하나인 댓글 접기는 비공감이 많은 댓글의 경우 아예 블라인드처리 돼 나타나지 않게 된다. 사실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의견일수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정보인데도, 비공감이 많다는 이유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알권리 침해다.
건강한 토론과정 역시 사라지고 있다. 극단주의적 헤비 유저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베스트 댓글을 선점해 그들의 생각이 마치 대세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자신과 의견이 같은 댓글은 힘을 합쳐 올리고, 그렇지 않은 글은 무차별한 공격을 가해 끌어내리는 데 주력한다. 다양한 의견이 설 자리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댓글 전쟁이 베스트 댓글에 자신의 의견을 동조화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주된 흐름에 동조하지 않으면 소외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베스트 댓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온라인 상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합리적인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작동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자율적인 판단의식을 갖춘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교수는 “베스트 댓글에 휘둘리지 않고 비판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생각하는 합리적인 개인들이 늘어난다면 댓글 조작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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