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원수로 추대된 2012년 4월 이후 북한 경제는 점진적인 성장을 보였다. 비록 경제성장률은 매년 1.0%대에 그쳤지만, 지난 2016년에는 전년 대비 3.9%의 성장률을 보이며 대북제재의 늪을 피하는 것만 같아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강국과 경제부국으로 이끌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병진 노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은 1980년대 초 덩샤오핑 시대 중국의 정책과 유사하다. 김정은은 국가계획경제에 시장경제 요소를 결부시켜 인민에 대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경제를 발전시켰다. 2012년 농업 개혁책인 ‘6ㆍ28 방침’을 통해 농업에서 포전담당제가 도입했고, 장기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지정받은 농민들은 노력할 인센티브가 생겼다. 이로 인해 농산물 생산량이 20% 이상 늘어났다. 2014년에는 ‘기업책임관리제’를 통해 기업소 관리자들에게 자율성을 제공했고, 민간 시장인 ‘장마당’을 확대함으로써 인민의 경제여건을 개선시켰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 연구원이 2015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는 약 400개의 장마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북한의 2016년 경제성장률을 3.9%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 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이 성장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무역과 시장, 그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정권의 묵인이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으로선 자기 기반을 잠식하는 성장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의 딜레마는 2017년 핵무력강화에 따른 대북제재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북한이 사회주의 폐쇄경제이기 때문에 무역의존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무역 제재는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과 외국과의 무역액에 남북 교역 금액을 합한 다음 북한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 즉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2010년도 이후 많이 증가했다. 가장 높을 때인 2014년에는 52%에 이르러 같은 해 세계 모든 나라의 무역의존도 평균인 60%에 근접했다”고 꼬집었다. 북한 또한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북 제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 층”이라며 “이들은 무역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보유한 외환 규모는 3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북한이 보유한 외환은 17억 달러가량 감소했고 올해는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재 압박은 북한 권력층을 넘어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크게 줄면서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타판 미슈라 유엔개발계획(UNDP) 북한 상주 대표가 밝혔다. 미슈라 대표는 12일(현지시간) 평양 현지에서 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식량 지원과 식수공급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1억1400만 달러(한화 1222억원)모금에 나섰지만 실제 모금된 금액은 3100만 달러(332억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40%에 이르는 1030만 명이 인도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고 어린이의 4분의 1 이상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원하는 수동식 트랙터는 국경 지대에 묶여 반입이 안 되고 있다. 유엔은 올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1억1100만 달러(1189억원)를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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