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강소영 기자] 우리는 흔히 중년 멜로라 함은 치정으로 얽힌 불륜을 떠올려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사랑 자체에 집중한 ‘어른 멜로’로 탈바꿈하고 있다. 혹자는 중년의 사랑을 두고 “무슨 405060대에 사랑이냐”며 편견 섞인 말을 던지기도 한다. 이는 ‘진짜 사랑’이 뭔지 모르고 꺼내는 멋모르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찾아오고 그 형태는 다양하다. 중년의 사랑에는 불륜만 있는 게 아니다. ■ 중년의 멜로, 불륜만 있나?중년의 멜로는 욕망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재주가 있다. 드라마 ‘애인있어요’ ‘미스티’를 보면 ‘어른 멜로’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른 멜로’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규범적인 단위가 많이 해체되면서 불륜이 아닌 멜로를 즐기는 이들이 생긴 현상이라고 말한다. 즉, 유교적 사상 아래 일부일처제로 백년해로를 해야 한다는 규범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고 가족 해체 현상 등을 겪으며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사회 속 잠재돼 있던 이야기들이 이제야 드라마로 반영되는지 모른다. 이제 중년의 사랑은 불륜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에 대한 환경, 조건의 변화, 수명연장 등으로 결혼에 대한 풍속도라던 지 개인이 뜻하는 바가 달라졌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중년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며 “중년 남녀의 삶의 방점이 자식, 시댁, 처가를 아우르는 가족에서 ‘자기의 삶’으로 중심이 옮겨갔다”며 “중년 멜로는 서로 가족에 구애받기보다 한 명의 여자로서, 남자로서 다뤄지고 있다”고 현 세태를 설명했다.
최근 ‘어른 멜로’를 표방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단연 눈에 띈다. 제목에서부터 세태 반영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드라마는 결혼과 이혼을 겪으며 욕망에 솔직한 안순진(김선아)과 다사다난한 삶 속 회의감을 느끼는 손무한(감우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광고 기획자인 손무한은 큰 성공만큼 그늘도 짙게 드리워진 인생을 산다. 한 여자아이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회의감을 알고 살던 무한은 시한부라는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안순진은 가시 돋친 말을 뱉지만 그 안에는 아이의 죽음,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 등 굴곡진 아픔이 있다. 무한은 순진의 딸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부채감을 안고 산다. 두 사람은 악연임에도 서로를 필연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육제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각자 한 번의 이혼을 겪었다고 해서 절대 사랑이 쉽지는 않을 터. 두 사람은 제대로 감정을 드러내기까지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의 제작 의도에 적힌 ‘살아본 사람들의 서투른 사랑이야기’라는 문구가 와 닿는 지점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평균수명 연장, 사회 속 잠재돼 있던 욕망 표출로 이어져 평균 수명 연장과 함께 삶에 충실하려는 이들의 욕망은 자발적 비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토연구원이 2016년 1인가구의 연령대별 주거 특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1인 가구 520만3196가구 중 만 34~64세의 중장년 1인 가구는 228만8079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절반이 넘는 수치다. 1인 가구의 증가, 혹은 비혼을 결심하는 데에는 결혼에 대한 회의감, 경제적 이유 등의 요인이 있다. 젊은 층에서도 같은 이유로 비혼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중년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탤런트 이본도 비혼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9일 방송된 MBN ‘비혼이 행복한 소녀, 비행소녀’에서 자신의 연애관을 밝혔다. 그는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 느낄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내 삶의 질을 위해 연애는 꼭 필요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애한다”며 자신의 비혼을 이해하고 맞춰주는 남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하지만 곧 “그럼에도 비혼인 이유는 ”관계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SBS ‘불타는 청춘’도 비혼 혹은 이혼을 겪은 중견 스타들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 차례 이혼을 겪은 바 있는 강수지와 김국진은 이곳에서 만나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과 이렇게 또 다른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들도 늘고 있다.다양화되는 현상은 미디어의 다양성을 불러온다. 미디어는 사회적 현상을 비추는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또 대중문화는 현실 반영의 기능도 있지만 현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세상을 왜곡하는 것에 대한 자정의식이 필요할 때다.
cultur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