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롯데홀딩스 대표 사임 한·일 ‘원롯데’ 체제변화 불가피 형제 경영권 다툼 재점화 우려도
재계 5위 롯데그룹이 격랑에 휩싸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51년 간 이어온 ‘원롯데’ 경영 체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1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승인했다. 앞서 신 회장은 구속에 따른 책임을 지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직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기업 경영인이 구속 기소되는 즉시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 신 회장은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앞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신 회장의 사임으로 한ㆍ일 롯데그룹의 협력관계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측은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해온 신 회장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한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창업주 아들이란 배경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직을 유지해왔다.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 일본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의 지지를 받으 며 실질적인 ‘원 리더’로서 한ㆍ일 롯데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영권의 향배도 더욱 복잡해졌다.
일본 전문경영인의 경영권 장악으로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 경영에 간섭하거나, 독자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ㆍ일 롯데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91개 계열사 중 51개사를 지주사로 묶으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영향력을 낮추려 했다. 한ㆍ일 독립 경영을 위한 첫 발을 뗀 셈이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지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머지 절반인 40여개 계열사는 여전히 호텔롯데의 영향권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 롯데가 호텔롯데 대주주의 지위를 활용해 한국 롯데가 진행하는 신규 투자나 인수ㆍ합병(M&A) 등에 간섭하거나 제동을 걸 가능성을 우려한다. 신 회장의 부재를 틈타 일본 경영인들이 핵심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재계는 당장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 경영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그럴 만한 실익이 없다”며 “아직 신 회장이 부회장직과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 회장에 대한 지지가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 직후 “신동빈 회장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1일 “옥중경영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니 대표이사 뿐 아니라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탈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주식의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롯데가 예의주시하는 건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다. 이날 롯데지알에스,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등 6개 비상장 계열사 흡수합병에 관한 핵심 안건이 논의될 뿐 아니라 신 회장의 이사직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박로명 기자/do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