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때 여성차별” 조사 요구도

“검사님의 용기에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하다. 그런 일은 여기 의원회관에도 우리방에도…나는 아무말도 못했는데…”

국회 보좌진의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지난 5일 올라온 익명의 글 중 하나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국회로도 번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투운동에 동참하고, 일부 의원들도 미투운동 지지 선언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 보좌진들은 여전히 익명속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국회 내 성희롱이 만연함을 암시하는 글은 잇따라 올라온다. 같은 날 한 직원은 “어제 오늘 서지현, 안태근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데 당신, 그리고 어떤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네”라고 썼다.

누군가를 대신해 글을 올리기도 한다. 한 보좌진은 지난 1일 “비서관이 은연중에 그러나 습관적으로 하는 성희롱적 발언을 참고 있는 우리 씩씩한 막내야”라며 “Me Too(미투)하란 말은 안할게. 하지만 그렇게 참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해주고 싶네. 지금보다 단호하게 대응해도 괜찮아. 그건 잘못이 아니고 우리는 너의 편이니까. 뉴스보다 네 생각이 났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채용 차별 목소리도 있다. 한 보좌진은 “의원실 공고 낼 때 솔직해집시다. 기자 등 외부인들 눈치보여서 그런건 알겠는데 성별 무관이라고 쓰고 알아보면 ‘우리는 남자 뽑아’ 이러면 너무 김빠져요. 차라리 ‘남성만 지원하세요’ 이렇게 쓰든지 아님 ‘성별 유관, 아주 관련 많음’ 이렇게 씁시다”라고 토로했다.

실태조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일 한 보좌진은 “의원님들 남의 일에만 용기 어쩌고, 개혁 어쩌고 하지 마시고 국회 내 성추행, 성희롱 조사 한번 해주세요”라고 썼다.

국회의원까지 미투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회를 움직이고 있는 보좌진들이 조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 여성보좌진은 “국회 보좌진은 어떤 직종보다 고용이 불안전하다. 언제 잘릴지 모른 상황에서 특히 남성이 월등히 많아 남성중심으로 굴러가는 국회 문화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서울시에 있는 시민인권보호관처럼 시장의 지휘를 받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으로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어 피해자들이 진정 혹은 신고를 할 때 피해구제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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