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공급위축→가치상승 “정부는 강남과 전쟁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의도치 않은 링에 올라가 의문의 1패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31일 새해 업무계획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핀셋 규제가 강남을 향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정부 관계자와 시장에서 제기하는 ‘강남 때리기’에 대해 손 차관은 “부인은 못 하겠다”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거복지와 시장안정이 우선인데 점점 그 역할이 줄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남을 향한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재건축 투기와 관련된 추가 규제부터 조합 비리와 초과이익환수제 회피 등 가능한 후속 대책 검토는 진행형이다. 강남 집값의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기 전에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전제다.
2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강남권 재건축 조합 운영실태에 따른 법률자문회의가 추진 중이다.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강화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압박에도 강남의 상징성은 여전하다. 심리적 영향이 사라지자 시세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규제가 집값을 부추긴다는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팔라’는 일종의 데드라인이 되레 ‘더 오르기때문에 규제하려는 것’이란 기대감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은 상황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가 그간 내놓은 (강남을 겨냥한) 정책들이 투자수요와 실수요자들을 강남으로 집중시켰다”면서 “강남의 투자가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희소가치 상승과 분양시장의 높은 청약률 등 용수철 효과를 낳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택 소유자들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매물이 실종된 시장에서 호가는 꾸준히 오르고 추격 매수의 집중도는 커졌다.
현장단속을 피해 불꺼진 강남권 공인중개소들이 느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선 ‘기다리면 이긴다’, ‘다음 정부 땐 분위기가 바뀐다’ 등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게시판엔 분양가 억제로 인한 ‘로또 분양’ 단지를 묻는 글도 눈에 띈다. 옥죄기식 정책이 현금부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심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점을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며 “부자들은 정책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도모하고자 물밑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이른바 ‘카더라’식의 묻지마 투자가 사라지고 틈새를 찾기 위한 스터디까지 생기는 마당에 일방적인 방향성이 주는 시그널은 역효과를 더 키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정찬수 기자/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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