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빙상장 시설관리 책임자들,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법원, “국내외 규격 맞지 않는 안전펜스 방치해 사고 피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빙상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로 한 쇼트트랙 선수를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한 시설관리 책임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이정재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장 시설관리 책임자인 한모 씨와 유모 씨에 대해 각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쇼트트랙 선수 기모 씨는 지난 2013년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앞에서 주행하던 동료 선수가 얼음에 걸려 휘청거린게 화근이었다. 기 씨는 동료선수의 스케이트날을 피하려다 빙판 위에 그대로 넘어졌다. 미끄러지면서 링크장 코너의 안전펜스에 허리를 부딪혔다. 병원에 옮겨진 기 씨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선수 인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한모 씨와 유모 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지난 2016년 7월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정빙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 원인을 제공하고 국제 규격에 미달하는 안전 펜스를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이었다.

법원은 한 씨 등이 국내ㆍ외 규격에 맞지 않는 안전 펜스를 방치해 사고 피해를 키웠다고 결론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국제빙상연맹에서는 쇼트트랙 대회를 개최할 때 안전펜스에 두께 40cm 이상의 패딩을 붙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 씨가 부딪힌 안전펜스에는 두께 20cm 남짓의 얇은 패딩만 설치돼있었다. 이 판사는 “기 씨가 안전 패딩과 부딪히는 바람에 하반신 마비라는 상해를 입었다”며 “한 씨 등을 포함한 광운대 측은 안전펜스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씨 등이 정빙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진 건 아니라고 이 판사는 판단했다. 이 판사는 “사고 원인이 정빙작업 미비로 인한 것인지 앞 선수의 미숙한 플레이로 인한 것인지 불명확하고, 대관자 측 요구가 없는 경우까지 50분마다 정빙작업이 의무화돼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한 씨등이 광운대에 고용된 처지라 예산 사정에 따라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안전펜스를 교체하지 못한 사정 등이 있다”며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