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병실ㆍ스프링클러 부재탓 병원 화재 반복” - 현직 소방관, 박사 논문 통해 3년 전 이미 경고 - 밀양 세종병원 참사서 손 결박 등 거의 재현돼 -“근린생활시설인 의원, 화재에 더 취약할 수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26일 발생해 39명의 목숨을 앗아 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이라는 자랑 속에 숨겨져 있던 소방ㆍ재난 대비 관련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숙제라는 것을 의료계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사고였다.

이미 3년 전 한 소방관이 논문을 통해 병원들의 허술한 화재 대비 실태를 지적한 것이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소방관은 정부 수립 이래 수많은 사상자를 낸 병원 화재 사고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초기 소화에 실패했고, 환자를 결박해 피난을 방해하고, 적정 인원보다 많은 환자를 수용해 피해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의 경고는 밀양 참사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거의 부합한다.

30일 서정희 전남 영암119안전센터 팀장(소방위)이 2015년 발표한 박사 학위 논문 ‘요양병원 화재안전관리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난 병원들은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초기 소화에 실패했고, 층별 발코니 또는 경사로가 없어 신속한 피난과 대피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쇠창살 설치와 손 묶음(결박)이 피난ㆍ대피의 장애요인이 됐다.

실제로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에 따라 입원 환자의 생사가 갈렸다. 2014년 5월 사망자 21명이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의 경우 당시 의료법 상 요양병원은 의료 시설이고 600㎡이하이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자동 화재 속보 설비 등의 소방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 외부로 피난할 수 있는 경사로 또는 발코니가 없었으며, 소화기 방치 등 점검도 미흡해 대형 참사로 연결됐다. 밀양 세종병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해 6월 ’담양 요양원 화재‘의 경우 선풍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났지만, 관리실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2개 중 1개가 곧바로 작동, 분당 물 80ℓ를 쏟아 내 불길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병실에 있던 환자 10명은 모두 무사했다.

정신 질환자 등이 있다고 환자를 손으로 묶게 되면 바로 대피하지 못해 인명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 2013년 7월 ‘포천 요양병원 화재’의 경우 치매 환자였던 59세 남성이 숨지고, 4명이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부상을 당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남성은 한쪽 손을 침대에 묶인 채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불을 냈고, 탈출하지 못해 병실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서 박사는 “손이 침대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고, 설사 발생했더라도 탈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소방관들도 “양손이 결박된 환자를 구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털어놨다.

1993년 4월 ‘논산 신경정신과 의원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34명이나 사망한 이 사고는 도주ㆍ발작에 대비해 환자들의 양쪽 발목을 묶어 놓았고, 수용 적정 인원이 19명이었으나, 두 배가 넘은 42명이나 수용해 피해가 확산됐다. 더욱이 소규모 의원이었던 이 병원은 관할 소방서의 건축 허가 동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사전 화재 예방 활동이 전혀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주로 건물에 세를 든 형태인 의원은 대부분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에 포함돼 있어 안전 시설 등 설치기준이 약화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지하에도 진료실이나 입원실이 설치되는 것도 문제였다. 2000년 11월 사상자 33명(사망자 8명 포함)을 낸 ‘광진구 신경정신과 의원 화재’의 경우 3ㆍ4ㆍ5층 입원 환자는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지하층의 입원 환자는 내려 앉은 연기에 질식돼 사망 또는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서 박사는 논문을 통해 “초기 소화에 기여하는 스프링클러, 자동 화재 속보 설비 등의 설치는 재산ㆍ인명 피해 규모와 연결된다”며 “담양 요양원 화제처럼 스프링클러가 자체적으로 작동해 화재 초기 불을 꺼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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