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긴장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을 최대 위협 국가로 지목하는가하면 최근 미 해군구축함이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남중국해 중사군도 지역 안쪽으로 진입 중국 미사일 호위함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중 무역 전쟁도 일촉즉발 상황이다. 양국이 각 분야에서 부딪히면서 어느 쪽도 원치 않은 전쟁을 향해 다가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투키디데스는 수십년간 평화롭게 공존했던 국가들이 왜 파국적인 전쟁을 맞이하게 됐는지 밝히면서 일반적으로 전쟁은 국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일어난다고 여기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즉 고대 그리스를 초토화시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신흥세력(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지배세력(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당사국들의 직접적인 의도가 무엇이든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현상은 예외적이라기보다 차라리 법칙에 가깝다.
미 최고의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분석가이자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투키디데스의 통찰이 대국간의 충돌에 관한 완벽한설명이란 걸 깨닫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레이엄은 지난 500년동안 신흥강대국의 부상이 기존 패권국의 입지를 무너뜨린 역사적인 사례가 16번이나 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 중 12번은 제1,2차 세계대전과 중일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 전쟁으로 끝났다.
그레이엄은 최근 저서 ‘예정된 전쟁’(부키)에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17번째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양국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전쟁을 막을 길은 있다.
우선 중국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부상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규모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는 7년 마다 두 배로 성장하고 있으며, 속도는 미국의 3배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조업, 소비량, 시장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 이런 실질적인 수치에도 미국은 힘의 균형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사실을 무시하고 중국과 힘겨루기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 긴장이 극심해질수록 아주 사소한 불씨가 대규모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의 전략과 관점을 충분히 들려준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을 때까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교착상태를 장기적 차원에서 다루고 이웃나라와의 외교적, 경제적 연결고리를 강화해 중국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걸 노린다. 다른 국가들의 연합을 막기 위해 일본과 남한을 이간질하는 전략도 포함된다.
책은 미국과 중국이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다양한 원인에 의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일본과 한반도에 연루돼 부딪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저자의 조언은 무엇보다 각국 지도자들이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그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된 다섯 번째 사례가 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고 추천했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