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17곳 중 1곳만 실적달성 영업적자에도 주가 고공행진 후발주자들도 ‘안되면말고’식
적자기업임에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에 상장한 이른바 ‘기술특례상장사’ 대부분이 상장 당시 투자자들에게 내걸었던 추정 순이익을 실제로는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장사들이 ‘임상 성공’과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힘입어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자, 후발주자들 역시 ‘안 되면 말고’ 식의 추정 실적을 내걸고 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지적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44개 기업 중 미래의 추정 순이익을 공모가 산정에 활용한 뒤 이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나노계측기기업체인 파크시스템스 단 1곳에 불과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6년 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015년 상장 당시 내걸었던 추정 순이익(32억원)을 10%가량 상회했다.
그러나 바이로메드, 바이오니아, 나이벡 등 기업은 상장 당시 내걸었던 추정 순이익을 달성하기는커녕 당해 적자를 기록했다.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업체 알테오젠은 지난해 2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3분기까지 12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2018~2021년 추정 순이익을 내걸고 상장한 기술특례상장사 중 17곳은 증권사가 내놓은 해당 년도 실적 추정치(최근 3개월 이내)가 없어 투자자가 참고할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란 실적은 부진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기관(TCB) 2곳으로부터 일정등급 이상의 기술평가결과를 받은 경우, 자기자본이 10억원만 넘으면 실적 요건으로부터 자유롭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영업이익을 실현한 기업과는 달리 2~3년 뒤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당기순이익을 활용해 희망 공모가를 산출한다. 그러나 막상 상장을 마치고 해당 연도가 되면 그보다 훨씬 적은 실적 혹은 적자를 내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성장기업이 스스로의 예상에 못 미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미래 당기순이익을 추정할 때 외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향후 시장 점유율과 그에 따른 매출 규모에 대한 예측은 발행사 및 상장주관사 판단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된다. 물론 기술력 및 성장성에 대해 TCB의 평가를 거치고, 필요에 따라 한국거래소 내부 전문가회의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해 공모 참패를 겪는 상황을 스스로도 지양하리라는 예상에, 고평가가 의심되더라도 ‘권유’ 수준으로 보수적 평가를 유도하는 게 전부인 실정이다.
영업적자에도 불구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제약ㆍ바이오 종목들이 후발주자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추정순익 과대평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트론바이오(963%, 이하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 신라젠(667%), 앱클론(658%), 제넥신(503%) 등 기술특례상장사들의 주가(23일 종가 기준)는 모두 공모가의 5배 이상 올랐다. 특히 주가상승률이 1559%에 달한 바이로메드의 경우 2008년 추정 당기순이익으로 91억원을 내걸었으나, 지난 2012년까지 적자를 이어오다 2016년까지도 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종목들이 고평가 논란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준비하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기업가치 평가에 더 관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