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됐다.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담 참가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을 보다 중시하는 통상정책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국가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여 다른 나라들로부터 환대받는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들이다. 정부는 앞으로 이들 지역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4대 강국만큼 경제적으로나 안보상으로 중시하고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중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인 일대일로 정책이나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온 일본의 아시아 진출 전략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은 이 지역 1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은 현재 세계에서 높은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결과 아세안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9%에서 2016년에는 3.4%로 크게 상승했다. 아세안의 가장 큰 매력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거점일 뿐만 아니라 거대 내수시장을 빠르게 형성하고 있는 점이다. 아세안은 전체 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풍부한 노동력과 활력 넘치는 인구구조를 지니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아세안은 빠른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국민소득과 중산층의 지속적인 확대로 내수시장이 급속히 커나갈 전망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10년전인 2007년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후 양 지역 교역은 증가세가 이어져 현재 한국 제2의 교역지역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대아세안 교역 규모는 연평균 6.3% 증가하여 대세계 교역 증가율 3.6%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높다.
특히 한국은 노동비용이 저렴하고 성장률이 높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을 뜻하는 ‘CLMV’ 국가들과 빠르게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투자액 역시 아세안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아세안은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교역의존도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나 리스크를 해소하려면 계속하여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증진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별 특성에 맞는 경제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싱가폴과 같은 선진국에 라오스와 같은 후발 개도국이 함께하고 있다. 인구와 부존자원 조건도 서로 상이하다. 게다가 역사, 문화, 종교적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다음으로 이들 국가들과 꾸준히 우호적 관계를 맺어나가는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아세안은 중국 화교자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크고 일본은 장기간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해 친일본 성향도 존재한다. 친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의 98%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이 이들 국가들에 진입하는 데 높은 장벽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중장기적인 지식공유사업(KSP)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성장전략 구상과 경제사회 인프라 건설 지원 사업을 보다 체계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기존 FTA 협약 내용을 국내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한-아세안간 FTA 활용률은 2016년 52.3%로 전체 FTA 활용률 평균 63.8%보다 크게 낮다. 아세안 국가들의 계층별 소득수준이 매우 상이함을 감안하여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들이 현지 수요층에 맞는 다양한 수출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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