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젊은거장 하이메 아욘 인터뷰 “제한 없이 디자인하라…모든 면에서 새롭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젊고 혁신적이며 가끔은 엉뚱할 정도로 기발하지만, 고전적 아름다움과 우아함, 세련미가 있다. 정교하게 선택된 색(色)과 선(線), 소재는 완전한 조화를 이뤄 우리를 매혹하고 시선을 돌린 뒤에도 진한 잔상을 남긴다.
스페인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세계적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하이메 아욘(43)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디자이너다. 그의 디자인은 바르셀로나에 세워진 가우디의 건축물처럼 동시대의 디자인을 따르지 않는 파격을 추구하며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크리에이터’(창조자)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다.
아욘은 오는 11월 7일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을 찾아 ‘세상을 꿈꾸게 하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오른다. 이에 앞서 헤럴드경제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들었다.
아욘은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지만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리츠 한센의 가구, 캠퍼의 신발, 스와로브스키의 조명, 오롤로기의 시계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인테리어에서도 재능을 발휘해 바르셀로 토레 드 마드리드 호텔을 마드리드의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은 ‘상상력’이라고 아욘은 말한다.
“예술은 창작자의 상상력이 모든 프로세스를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산업디자인이 요구하는 생산성이나 경제적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다양한 유형의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해왔고 제한 없이 실험할 수 있어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었죠. 가장 이상적인 예술 작품은 새로운 모양과 재료, 상호작용이나 작가의 창의력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아닐까요.”
아욘은 상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정확히는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최근엔 패션에 도전했다.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손잡고 지지바바(Jijibaba)라는 남성복 브랜드를 만든 것. 지난달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싱가포르에 매장도 열었다. 구찌, 랄프로렌 등 패션 브랜드가 가구, 인테리어 사업에 나서는 일은 종종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는 모험에 가까운 이번 도전에 대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관점에서 창조성을 탐구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죠. 기존에 없는 접근 방식을 통해 이 분야(패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매우 흥미로운 기회였고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나의 아이디어와 직감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의 상상력의 원천을 궁금해하지만 “비밀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사는 삶의 방식과 이상향을 반영할 뿐”이라면서 “너무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환상과 상상력을 키우는 건 내 본성이자 기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이 가장 즐기는 것을 디자인에 풀어내는 게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게 하는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아욘의 작품은 디자인적으로도 탁월하지만 기능적으로도 그에 못지 않는다. 평소 인터뷰를 통해 품질에 집착한다고 말해왔을 정도다. 이를 좌우하는 게 바로 소재다. 아욘은 소재 선택의 기본적인 기준이 ‘품질’(quality)이며 품질은 어떤 경우에도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자연스럽고 시간과 함께 나이가 드는 재료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부분 프로젝트와의 관련성으로 소재를 선택하지만, 당시 제가 꽂혀있는 소재나 기술을 쓰기도 하죠.”
아욘은 그가 디자인 세계에 가져온 변화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한다. 일견 소박해 보이지만 그가 보여준 디자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때때로 너무 심각하고 우울할 수 있는 분야에 ‘웃음’(smile)을 가져왔으면 했습니다. 일상의 물건에 감정과 성격을 부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