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과학자·발명가 연결 ‘지노바아시아’ 김용성 대표 -“지구촌 인재와 광범위한 네트워크 활용만이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 기업의 해법”
공유경제가 화두인 시대다. 폐쇄적 기업이나 개인 등이 홀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지성의 힘이 삶을 변화시킨다. 연구개발(R&D)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의 시대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게 전 세계 과학자들을 활용한 공유 모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 등장하는 업(業)들은 과거와 같은 ‘패스트 팔로워’ 방식으로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1등이 모든 걸 독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제는 세계 최고 인재들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유일한 해법이 될지 모릅니다.”
김용성(55ㆍ사진) 지노바아시아 대표는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 발명가 등과 협업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관련 직원만 1000여 명에 육박한다”며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선 4차 산업혁명의 각종 신기술에서 우리 기업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노바는 전 세계 1만 명 이상의 과학자와 발명가, 엔지니어 등과의 네트워크로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이른바 ‘공유형 R&D’ 서비스 업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前) 최고설계책임자(CAO) 에드워드 정이 설립했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다. 노키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요르마 올릴라도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했고, 김 대표 역시 지노바 본사 창립 추진 발기인이자 이사회 멤버로 현재 아시아지역 파트너를 맡고 있다.
▶독자 개발 시대는 갔다…왜 ‘공유형 R&D’인가= 우리나라에도 최근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확산하고는 있지만 ‘공유형 연구개발’은 아직 다소 낯선 개념이다. 이에 “최고의 영화배우들을 떠올려 보세요. 자기 뜻대로 시나리오를 고르고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촬영하죠. 세계 최고 수준의 발명가나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업이 데리고 있기 어려운데, 네트워크로 이들의 잉여 능력을 활용해 기업의 솔루션을 찾는 개념이 바로 공유형 R&D입니다.”
지노바는 실제 미국은 물론 일본, 이스라엘, 인도 등 전세계에 1만 명 이상의 최고 전문가 인력 풀을 통해 기업들이 봉착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왔다. 글로벌 식음료 회사 펩시도 지노바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식품 가공법을 개발했다.
공유 R&D가 힘을 발휘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제(學際)간 연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문제에 봉착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가 색다른 해법을 생각해내는 경우다.
김 대표는 “‘녹이 안 스는 파이프 소재’를 연구하던 중국의 한 화학업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재료공학자들이 아니라 음향ㆍ음파 등 오디오 기술자였다.
음파를 쏴 액체가 아예 파이프에 닿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라며 “기업들은 보통 해당 분야 전문가만 찾지만 해답은 완전히 뜻밖의 분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지노바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다양하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이 분야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기술이 어떻게 돼 있는지 지도를 보고 싶은 기업, 사업 분야는 정했는데 문제에 봉착해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 기술은 확보했는데 제품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 각양각색이다.
해법을 찾는 지노바의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단 고객이 문제를 가져오면 3~4개월에 걸쳐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와 니즈(Needs)가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김 대표는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이 끝나면 일단 절반은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쓰여진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풀어낼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부분까지 알기 쉽게 상세히 설명해서 쓴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띄운다. 6~9개월에 걸쳐 수백개의 자발적 솔루션들이 들어온다.그러면 고객과 함께 이를 줄여나가 배타적 사용이 가능한 아이디어 5~10개 정도만 남긴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원 단위부터 비용이 발생한다. 벤처나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은 비용이 아닌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도 통용된다.
김 대표는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면 얼마든지 조건 협의가 가능하다”면서 “작은 기업들은 돈이 없으면 지분을 일부 받거나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맥킨지ㆍ벤처캐피탈ㆍ대기업 CEO…기업의 문제 해결에 기술과 네트워크 절실함 공감 = 김 대표가 지노바와 함께 하게된 계기는 그의 경력과 밀접하게 관련있다. 컨설팅업체와 벤처캐피탈, 대기업 CEO 등을 거치며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빚어지는 문제 해결에 대한 경영진의 절실함을 몸으로 체득했다.
“맥킨지에 입사했을 당시 MBA는 졸업했지만 30대 초반 나이에 경험도 일천한 제가 어떻게 거대 기업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엄청난 교육을 시켜주나 했더니 그런 과정도 없이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됐죠. 고객들이 문제를 가져오면 일단 그 주제를 검색해봅니다. 당시엔 사내 연락망을 살펴보면 누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 나오는데 그쪽에 전화해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도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지적재산을 갖고 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네트워크의 힘이 어마어마함을 느꼈다고 했다.
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6년 동안 맡으면서는 기술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는 “기업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수가 매우 많음에도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절대적 경쟁력이 필수였다. 그 경쟁력의 기반은 바로 기술”이라며 “또 사업 초창기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과 아무리 독보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두산그룹 계열사 CEO를 10여 년 역임하면서 기업들의 R&D 투자 판단에 대한 어려움도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저도 CEO를 오래 해봤지만 R&D의 효율ㆍ비효율 판단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도 “내부에서는 계속 ‘된다’고만 얘기하기 때문에 어떤 연구개발이든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속성이 있더라.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시각의 아이디어가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단 걸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후 두산그룹에서 나온 그는 공유형 R&D 사업이 우리나라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품고 지노바에 합류하게 됐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서서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본부장조차 ‘그런 자존심 버린지 오래됐다.
이제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외부 아이디어를 사든지 빌리든지 결국엔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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