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 보증심사규정 개정 추진 영업익으로 금융비용 못내는 기업 정부, 보증지원 대상서 배제 검토 일부 “성장성 싹 자른다”우려도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중소기업’을 정부 보증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좀비기업의 퇴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무작정 공적보증의 장벽을 높이는 것은 성장 가능성을 짓밟을 수도 있다”우려를 내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로 소속을 옮긴 기술보증기금이 ‘보증 심사규정’ 개편에 불씨를 당겼다.
기보는 최근 업무 간소화 및 보증공급 기준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보증심사규정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내용은 ▷자문인력 평가참여 대상축소 ▷부실위험 유의 검토항목 추가 ▷창업 7년 이내 기업(스타트업)에 대한 우대보증 등이 핵심이다.
신규 보증금액이 13억원을 넘으면 심사에 내·외부 자문인력을 반드시 활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필요 시’에만 적용, 평가기간과 업무량을 줄이고 창업기업 지원범위를 ‘창업 후 7년’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부실위험 유의 검토항목의 추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부실위험 유의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돈을 이자지급 비용으로 모두 쓴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는 상태다. ‘빚을 내 빚을 막는’ 잠재적 부실기업인 셈이다.
기보 측은 “이자보상배율은 금융권에서 한계기업을 판단할 때 자주 사용된다”며 “기보 역시 이미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프로그램’의 주요 점검항목으로 운용 중이다. 이자보상배율 기준 저촉기업의 보증사고율은 비저촉기업의 보증 사고율보다 2배 높은 수준으로 효용성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즉, 부실위험 유의 검토항목에 이자보상배율을 추가해 보증 건전성을 제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향후 창업기업 지원 비중을 더욱 늘려가겠단 얘기다.
기보의 이런 행보는 기관 안팎의 분위기나 국제적인 추세에도 대체로 부합한다는 평가다. 기보는 현재 중기부 산하 핵심 창업·벤처기업 지원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형 공사(公社)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별도의 융자·보조사업 예산이 없을 뿐더러, 연평균 2000여건의 소송을 진행할 정도로 보증사고가 빈번해 여유자금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기보의 재무개선을 포함한 경영구조 변화를 중기부에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선진국의 사례도 기보의 보증심사규정 개정에 힘을 싣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국 미션단은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 보낸 질의서에서 “한국 정부의 공적보증이 과다하다”며 “중소기업 상당수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공적보증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OECD 평균(1% 미만)보다 4배 이상 높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벌써부터 거세다. “은행권의 담보 위주 대출관행이 여전한데,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보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보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국은행과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중 46.3%가 중소기업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보증장벽마저 높아지면 중소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