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2018년 러시아월드컵부터 약팀이 오매불망 희망하는 ‘뽑기운’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이 16강에 탈락할 확률이 줄어든 반면, 아시아권의 약체팀들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 역시 지금보다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5일 오는 12월 1일로 예정된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 ‘룰’을 바꿨다. FIFA가 발표한 조추첨 ’룰‘의 핵심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조추첨 방식을 전면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브라질월드컵 때는 1그룹(톱시드: 강팀 그룹) 외에 2~4그룹은 대륙별로 편성했다. 조추첨 운에 따라 2~4그룹에 속한 팀은 대륙별 약팀을 만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러시아월드컵 조추첨 ‘뽑기운’ 없앤다…한국 ‘16강’ 더 험난

그러나 러시아월드컵부터는 2~4그룹 역시 대륙별 편성이 아니라 FIFA 랭킹에 따라 편성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향후 월드컵 본선 조 편성은 대륙별 균형적 분배 여부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오로지 FIFA 랭킹에 따른 실력적 편성만 중요하게 되는 셈이다.

즉, 1그룹(톱시드)은 개최국 러시아와 본선 진출국 중 FIFA 랭킹 1~7위, 2그룹은 본선 진출국 중 FIFA 랭킹 8~15위, 3그룹은 FIFA 랭킹 16~23순위, 4그룹은 FIFA 랭킹 24~31순위로 이뤄지는 것이다. 1~4그룹에서 각각 한 나라씩 8번 추첨해 A~H조, 총 8개조가 편성된다. 이렇게 되면 각 조에는 1~4그룹에서 골고루 1팀씩 들어가게 된다.

브라질대회처럼 대륙간 분류에 따른 조추첨을 할 경우, 운이 좋으면 한 조에 상대적 하위팀 2~3개가 포함될 수 있었는데, 바뀐 러시아대회 룰로는 한 조 내부의 실력적 구분이 뚜렷해진다.

브라질대회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체인 아시아, 북중미 팀들과 3그룹에 편성됐다. 1그룹(톱시드)의 벨기에, 2그룹(아프리카)의 알제리, 4그룹(유럽)의 러시아와 H조에 편성됐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상대적 약팀을 만나면서 16강 가능성이 전망됐다. 뽑기운이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한국이 ‘뽑기운’ 혜택을 누린 반면, 다른 팀들은 저마다 ‘죽음의 조’에서 혈전을 벌였다. 결국 이런 현상이 이번 러시아대회를 앞두고 조추첨 룰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대회부터는 바뀔 룰에 따라 1개 조에 유럽 2팀+남미 1팀, 유럽 2팀+북중미 1팀, 유럽 1팀+남미 1팀+북중미 1팀 등의 조합이 이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어느 팀에 속하든 유럽이나 남미 또는 북중미 1팀을 이기고, 1팀에 최소 비겨야 16강에 진출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반면, 세계 최정상급인 유럽팀들은 어느 팀에 속하든 16강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브라질대회에서 죽음의 조로 불렸던 B조(스페인, 네덜란드, 칠레, 호주), D조(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G조(독일, 포르투갈, 가나, 미국) 등은 앞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이번 조추첨 룰 개정은 월드컵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의 관점에서는 더 어려운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