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분간 전문경영인 비상체제 불가피 - 사업재편, 경영진 인사, 인수합병 등 올스톱 - 삼성증권 IB전환사업 차질 등 총수공백 후폭풍 커질 듯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6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이후 재판에 넘겨진 재벌총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형량을 선고받으며 삼성그룹의 미래에 검은 장막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에 구축해 둔 경영시스템에 의해 당장의 흔들림은 크지 않겠지만,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주요 사안들 앞에서 ‘사령탑의 공백’은 상당한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계열사간 시너지는 전무하고 대규모 투자는 올스톱 됐다. 사장단 인사는 2년째 공전 중이며 최근 몇년간 숨가쁘게 진행됐던 사업재편도 올스톱된 상황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삼성그룹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상체제 한계, 일부 사업 차질 현실화= 이 부회장의 실형으로 삼성그룹이 당장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계가 안착돼 있기 때문에 ‘현상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올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후 삼성은 비상 체제를 무리 없이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각 사업부문의 사장들 독립적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체제 가동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는 있었지만 총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 그룹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쟁령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5년이라는 이 부회장의 실형이 삼성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이미 일부 사업에선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전환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삼성증권의 발행 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했다.
▶불안한 글로벌 기업, 경제 전반 악재 우려=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한 굵직한 의사결정이나 경영전략 수립도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전략과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등을 결정하는 사내경영위원회가 올 2분기 단 두 차례만 열렸다. 두 차례 회의에서도 기존 프로젝트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거나 의례적인 안건을 처리하는 등 주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 6건의 인수합병을 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예정됐다 미뤄진 사장단 인사가 올해도 미뤄졌다. 삼성은 매년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로운 사장단을 인선하고, 이에 따른 새 사업계획을 꾸려 예산 및 실행 세부계획 등을 세워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가 늦춰진 이후 현재까지도 삼성 사장단은 그대로다.
사업 재편도 올스톱됐다. 삼성은 최근 수년 동안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을 발빠르게 진행해왔다. 한화와의 빅딜은 가장 큰 사업재편이었고,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제일기획 매각 작업도 진행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굵직한 경영적 의사결정을 사실상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회사가 현재 리더십 부재로 인해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실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도 우려된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518억달러(인터브랜드 조사)로 세계 7위인데, 올해 조사에서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에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탈락했다.
삼성전자 매출과 순이익은 전체 상장사 12.3%와 24%를 차지한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삼성전자가 담당했다.
경제단체 관계자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과 투자 및 신규 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 차질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