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살충제 계란 반복… 먹거리 재앙 막을 근본대책 절실
핀란드는 예방항생제투여도 금지 “동물복지가 인간복지”차원 접근을
동물복지를 고려한 ‘윤리 축산’이 제2의 살충제 계란 파문을 차단할 근원책으로 주목받고있다. 이같은 동물복지는 살충제 계란은 물론 조류인플루엔자(AI)ㆍ구제역의 방지책이자, 궁극적으로 먹거리 불신시대를 극복할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비좁은 닭장에서 닭을 기르는 밀집사육 환경이 지목돼 왔다. 축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닭장에서 키우는 산란계 한 마리의 적정 사육 면적은 A4용지보다 좁은 0.05㎡다. 닭은 모래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을 통해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낸다.
하지만 밀집사육 환경에서 닭은 모래가 아닌 철망을 밟고 서 있다. 이로 인해 농가는 살충제를 반복적으로 살포할 수밖에 없다. 해충은 먼지와 배설물이 가득한 닭장에서 내성을 키운다. 닭은 열악한 환경 탓에 병에 빠른 속도로 전염되고, 농가는 다시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남용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그동안 좁은 면적에서 집약적으로 가축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은 살충제 계란 뿐 아니라 AI, 구제역 등 각종 가축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가축질병 관리상 농업인 인센티브’에서 “한국의 밀집사육 방식이 2010년 이후 지속해서 재발하는 AI, 구제역, 브루셀라, 소결핵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통합전산센터와 충청남도가 도내 5000개 가금류 사육 농가 데이터와 AI 발병 현황(2016년 11월~올해 1월), 발생 지역 등을 분석한 결과 가금류를 많이 키울수록 AI 발병률이 높았다.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의 AI 발병률은 36.17%로, 4000마리 미만 농가 발병률 0.07%보다 548배 높았다.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은 일찍이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고, 2012년부터는 기존 농가에서도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다.
특히 핀란드는 ‘농장형 사육’ 뿐 아니라 모든 가축에 성장촉진제ㆍ예방용 항생제 투여를 전면 금지했다. 핀란드의 구제역ㆍAI 발생률은 0%다. 통제가 가장 어렵다는 살모넬라균 발생률도 0.11%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동물복지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내에도 2011년 동물복지 개념이 본격 도입됐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와 축산물 인증표시제를 시행한 것이다. 동물복지인증은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소, 염소로 대상을 넓혀갔다.
하지만 ‘동물복지 축산 농장’은 2017년 현재 전국 132곳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인증이 많은 산란계 농장도 국내 1450여곳 중 93곳 뿐이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가 인간복지와 직결되는 만큼, 사육환경을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과도한 밀집사육은 인간에게도 위험한 질병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산란계나 암퇘지가 일어서는 것 외엔 움직일 수 없는 ‘스톨 사육’부터 금지해 밀집사육 문제를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로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