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 의견만 90% 이상인 증권사도 3곳 - 0.05%…올 들어 ‘매도’ 의견 담은 보고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보고서는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10건 중 8건에서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 나머지 2건도 투자의견이 없거나 중립(보유)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매도’ 의견은 ‘가뭄에 콩 나듯’했다. 외국계 증권사가 일부 종목에 대해 투자의견 ‘매도’를 내놓으며 기업가치를 신랄하게 평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2837건 중 투자의견 ‘매수’가 담긴 보고서는 1만176건으로 전체의 79.27%에 달했다. 투자의견이 ‘중립’이거나 의견 자체가 없는 경우는 각각 9.16%(1176건), 11.52%(1479건)이었다. 사실상 ‘매도’를 의미하는 ‘비중 축소’는 6건으로 전체의 0.05%에 그쳤다.

이 중 부국증권(95.45%), 현대차투자증권(92.00%), 토러스투자증권(90.74%)에서 발간된 보고서는 대부분이 ‘매수’ 의견을 달고 나왔다. 키움증권(87.45%), 하나금융투자(86.89%), 케이프투자증권(86.64%), 신한금융투자(86.38%), 메리츠종금증권(86.20%), 미래에셋대우(85.37%), 리딩투자증권(85.19%), 삼성증권(85.04%) 등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한 차례라도 ‘매도’ 의견을 내놓은 곳은 3곳에 불과했다. KTB투자증권(3건), 케이프투자증권(2건), 대신증권(1건) 순이다.

증권사별로 기준은 다르지만 통상 ‘매수’ 의견은 목표 주가가 현재 주가나 시장지수보다 15~20% 오를 것으로 보는 경우에 제시한다. 하지만 ‘매수’ 보고서가 쏟아지다 보니 투자자는 ‘중립’이나 ‘목표가 하향’을 매도 신호로 보는 실정이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도’ 의견을 내놓는 외국계 증권사와도 비교된다.

올해 1분기 한국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 14곳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2.90~37.10%로 집계됐다. 최근 엔씨소프트와 LG전자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낸 크레디리요네(CLSA)의 매도 비율이 37.10%로 가장 높았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기업분석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증권사는 보고서 분석 대상이 주로 대기업이나 법인영업 고객사이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주식을 보유한 펀드 매니저나 개인투자자에게 받는 항의와 협박도 ‘매도’ 의견을 낼 수 없는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기업분석 보고서의 목적에서 벗어난 데다가 사실상 ‘묻지마 매수’라는 점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직접 ‘매도’를 외치기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사고팔 주식을 인공지능(AI)에 맡기는 서비스도 나올 정도”라며 “금융당국이 오는 9월부터 시행하는 리서치 관행 개선과 함께 증권사가 소신껏 투자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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