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오는 29일부터 이틀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통상 이슈로는 단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 등으로 협정 자체를 노골적으로 무시해 왔다. 특히 취임 이후인 지난 4월 27일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 또는 종료할 수 있다는 강경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최근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공청회에서 2018년회계연도 USTR 예산과 통상정책 어젠다를 설명하면서 ‘한미 FTA를 철폐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한미 FTA를 놓고 재협상, 폐기,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수시로 입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주장하는 한미 FTA 재협상까지 상정해 최대한 수위를 높여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FTA 재협상, 수룰 감소폭 등 미국이 더 손해=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한미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 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한미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제조업의 가중평균 관세율은 모두 0.1% 수준이다. 양국 간 관세가 대부분 철폐돼서다. 만약 한미FTA가 종료되면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산업연구원은 이럴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할 때 물어야 하는 관세율은 평균 1.6%, 미국 기업이 한국 수출 시 매겨질 관세율은 4%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FTA 종료 시 수출 감소 규모도 미국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2015년 산업별 수출입 구조를 가정하면 FTA 종료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억2000만 달러,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은 15억8000만 달러 감소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추산했다. 다만 양국 간 교역 감소는 소비자 후생과 총생산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의 폐기는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향후 재협상은 한미FTA 이행의무 준수, 추가개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산업부 장관 인선 늑장, 통상라인 부재 큰 부담= 우리 정부는 다음달부터 20년간 연 280만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對) 한국 무역적자를 계속해서 문제 삼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셰일가스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26일 발표한 ‘2017년 대외 경제정책 방향’에서 미국 셰일가스 등 원자재 교역을 확대해 대미 경상흑자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 보름이 지나고 있지만 산업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핵심 통상 라인이 갖춰지지 않는 상태다. 여야 4당 원내대표의 국회정상화 합의가 불발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도 요원해져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인선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새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 장차관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3일 임명된 1차관에는 이인호 전 통상차관보가 임명됐다. 이로써 통상차관보도 공석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대표단 명단에는 산업부 장관이 빠진 대신, 이인호 1차관만 관련 행사 참석차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결국 한미FTA 재협상 등 트럼프발(發) 통상압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긴박한 상황에 통상을 아우르는 수장이 없이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셈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대표단에는 장관급만 참석대상이라서 차관 참석이 힘들다”면서 “대신 1차관이 정상회담기간에진행되는 국내 기업들의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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