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55) 한성대 교수가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초고강도 재벌개혁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초점은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특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 등 갑질횡포 근절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소기업 보호는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줄기차게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진보적 경제학자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는 재벌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함께 문재인 캠프 산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 참여해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더불어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모토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이자 정책노선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보면 향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를 보면 경제민주화를 ‘포용적 성장’과 ‘공정한 분배’의 다른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성장에서 다수 국민이 소외되지 말아야 하며, 경제성장의 과실을 다수 국민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상법’이나 ‘공정거래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소득과 재산에 비례한 세 부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재벌에 의한 사회나 경제가 아니라 국민에 의한 사회, 국민을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약집은 구체적으로 검찰과 경찰ㆍ국세청ㆍ공정위ㆍ감사원ㆍ중소벤처기업부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갑(甲)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과의 공정교섭을 위해 중소기업 단체의 교섭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법적 기반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집중투표제 또는 가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도입하고, 횡령ㆍ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과 자회사ㆍ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계열공익법인이나 자사주ㆍ우회출자 등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행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해 소수지분에 의한 지배를 차단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갑질 횡포로 지적돼온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에 대한 규제와 처벌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은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러한 새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사실 재벌체제는 불공정 거래나 양극화 심화와 같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긍정적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긍정적인 요인을 살리면서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눌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새 공정위원장의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