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 매출 중 광고비로 18.8% 사용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1%에 그쳐 -수출비중 2.2% 수준…전형적인 내수형 제약사 -이행명 회장, 글로벌 외치는 제약협회 이사장이지만 회사는 역주행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한국 제약산업이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외치고 있지만 공격적인 광고 전략만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제약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제약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 오너인 제약사가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을 외치기엔 아이러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인제약은 한국 제약업계에서 중견 제약사로 지난 해 147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광고 업계에선 ‘큰 손’으로 통한다. 명인제약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금액은 283억원에 이른다. 즉 매출액의 20% 정도를 광고비에 쏟아 붓는다는 것이다. 명인제약은 매출액이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집행하는 광고비는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명인제약의 간판 제품인 ‘이가탄’이나 ‘메이퀸Q’는 거의 매일 TV 광고와 주요 신문 지면에 노출되고 있다. 그 노출도를 봤을 때 상당한 광고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에서는 매출액의 3% 정도를 광고비로 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는 상당히 많은 비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인제약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은 매출액의 1.1%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 2015년 2.1%에서 절반 수준으로 더 낮아졌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2010년대 이후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을 목표로 삼고 점차 연구개발비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명인제약은 역주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주요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를 넘어섰고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14%까지 올라갔다.
이는 명인제약이 내수 시장 중심의 제약사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인제약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2.2%로 거의 모든 매출액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노출시키는 광고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명인제약의 광고 집중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지분의 95%를 소유한 오너인 이행명 회장이 제약산업을 이끌어가는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이사장이라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늘려 국내 신약을 개발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협회 이사장의 기업은 이런 외침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명인제약의 모든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대행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이 회장의 두 딸이 지분을 절반씩 가진 회사여서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본지 3월 15일 ‘제약업계 CF거인 따로 있었네’ 기사>
명인제약이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인 대기업이 아니기에 특정 광고대행사에 일감을 몰아 주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 딸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교묘한 수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렇게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는 제약사의 경우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는데 있다.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약 산업 역시 해외 저가 제품들의 공세를 받고 있고 내수 시장은 더 이상 규모가 커지지 않고 오히려 축소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대표 제품에 문제가 생겨 생산이나 판매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제약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리베이트 차단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과거 몇 십 년 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제약사들도 있는 사실을 명인제약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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