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 성격인 김영삼 대통령은 칼국수, 생선 지리처럼 부드럽고 순한 음식을 좋아한다. 반대로 내향적 성격인 김대중 대통령은 홍어, 생선매운탕처럼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한다. 성격과 음식은 서로 반대다.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 나아가 리더십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미각전문가인 앨런 허쉬(A. Hursh) 박사의 이론이다. 200년이 넘는 미국 역대 대통령의 음식취향을 연구한 허쉬 박사에 의하면 케네디처럼 외향적인 지도자는 해산물 스프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고, 닉슨처럼 내향적인 지도자는 새빨간 케첩을 듬뿍 바른 강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지도자의 자질 검증을 위해 정말 별별 것들을 다 연구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 19대 대선에서 자질 검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뜻에서 때아닌 ‘음식’ 이야기를 해보았다.
우리나라의 대선후보 자질 검증은 어떤가. 2012년 12월 대선 때 우리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해 제대로 자질 검증을 했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생전에 18년, 아버지 사후에 18년을 합해 도합 36년 동안 폐쇄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극히 폐쇄적인 국정운영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충분히 했는가. 신비주의에 꼭꼭 둘러싸여 있던 최태민, 최순실 인맥이 괴물처럼 국정을 농단하리라는 예측을 못했던가.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는 대선 후보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렇다면, 대선주자의 자질검증,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첫째, 화법(話法)이다. 화법이란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말투와 말의 진정성이다.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는지, 반대로 말을 너무 적게 하는 것은 아닌지, 말 바꾸기나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각 아들 취업문제, 박근혜 사면발언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방송 중에 손석희 앵커와 설전을 벌였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말의 전쟁’을 냉철하게 지켜보자.
두번째는 인간관계다. 대선 후보들의 대인관계가 원만한지, 핵심 참모진은 누구인지를 보면, 그 사람의 용인술과 인사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 조만간 출범하는 선대위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인사 하나만 잘해도 만사형통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집권초기 인사파동을 기억하는가. 고소영 인사, 총리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인사는 결국 정권의 성패까지 판가름한다.
마지막으로 통합능력이다. 이번 19대 대선의 시대정신이자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통합이다. 문제는 말로만 통합이 아니라 통합의 실행이다. 앞으로 경선 패자의 포용, 외부 인사의 영입, 반대자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의 통합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새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촛불 세력과 태극기 세력, 남과 북으로 쫙 갈라진 대한민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대선 후보들을 검증할 때 가장 정확하고 가장 믿을만한 근거자료는 바로 후보의 ‘과거’ 즉 그동안 살아왔던 성장과정이다. 후보의 현재와 미래는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어도, 과거는 움직일 수 없는 팩트(Fact)다. 이 과거의 팩트를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제공해줘야 할 책무는 언론에 있다. 대선까지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언론들이 미국의 허쉬 박사처럼 대선 후보들의 음식 취향까지 살펴볼 겨를이 없다. 다만, 대선후보들의 화법, 인간관계, 통합능력만 제대로 검증해도 우리는 좋은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