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후 국정운영 컨트롤타워 부재속에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대권경쟁에 쏠려 국가적 현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커녕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형환 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월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의 면담을 가졌다. 주 장관은 이번 면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줬다는 점을 피력하고, 미국 통상·협력 채널을 조기에 구축할 방안 등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스 장관은 7일(현지시간) “몇 달안에 나쁜 무역협정들을 재협상 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로스 장관은 지난 1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미국인을 지키기 위해 무역정책을 더 강력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무역협정’엔 한미 FTA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정책 총괄조직으로 새로 만든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전국기업경제협회총회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찍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공격에 나섰다. 이런 상황속에서 로스 장관과의 면담 한차례로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여파로 피해를 보는 대상이 롯데에서 한국음식점과 항공업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8일 오후 4시 현재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롯데마트 중국 내 지점 수는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 점포 51개를 포함, 모두 55곳으로 전체 점포 99개의 절반을 넘었다. 롯데는 55개 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매출 손실 규모가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인 화룬완자(華潤萬家)와 텐홍(天虹)쇼핑몰 등도 한국 식품 판촉행사와 신규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어려운데다, 주한미군 사드배치로 중국이 경제보복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정국에 막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상 정책이 급변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통상 컨트롤타워 정비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내 통상 조직을 보강하고 통상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두고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FTA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현재 통상 현안은 자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훨씬 복잡하다”면서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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