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권 대출외면 심각 기업여신 산은ㆍ수은 쏠림 가계대출 고금리 비은행으로 정부 돈줄 죄자 풍선효과만 [헤럴드경제=정순식ㆍ한희라ㆍ장필수 기자] 시중은행들이 여신 정책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운영하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기업 여신을 줄이자 그 부담을 국책은행이 모두 떠안는 기형적 구조로 변질됐다. 가계대출 또한 풍선효과로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위험을 철저히 외면하려는 시중은행들의 과도한 ‘몸 사리기’가 금융 본연의 역할까지 외면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과실은 시중은행, 부실은 국책은행= 일반은행이 기업대출 문턱을 높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사이 기업여신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국책은행 몫이 됐다.
지난해 시중ㆍ지방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1조 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특수은행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6000억원에서 3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맏형격인 산업은행의 당기순손실은 3조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수출입은행 또한 4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조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막대한 충당금을 쌓은데 따른 결과다.
여신에 따른 부실률도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016년 말 일반은행의 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8조 8000억원으로 전체 여신 중 0.82%의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산은과 수은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각각 4조 6000억, 5조 8000억원으로 그 비율만 3.56%, 4.52%에 달했다. 일반은행 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16년 기업대출시장 현황 및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기업대출규모는 전년대비 27조 5000억원 축소된 20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순상환 기조가 2년째 지속됐고, 중소기업은 대출 순증가액은 30조 5000억원으로 전년(52조 8000억원)대비 42%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업 등 국가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의 부실을 국책은행에 모두 떠 넘기면서 시중은행은 몸사리기에 급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알짜는 1금융서, 껍데기는 2금융으로=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을 조이자 파장은 2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대비 5083억 증가했다. 이어 신용협동조합 3486억원, 상호금융 7776억원, 새마을금고 8601억원이 각각 증가하며 1월 한달간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2조9412억원이나 늘었다. 보험권도 예외가 아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11월 기준 대출잔액은 생보사는 전년대비 약 11조7700억원, 손보사는 약 8조77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정반대의 행보다. 지난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대비 2조888억원 줄어든 615조3315억원을 기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당국은 대출이 급증한 2금융 기관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특별점검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업권에 대해서도 오는 15일까지 보험권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기존 2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을 놓고 업계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가진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에서 “2금융권은 이제 ‘외연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출 영업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구두 경고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돈줄까지 죄면 돈 빌릴 곳 없는 서민들은 대부업체 등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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