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로 한우는 된서리 -미국산 소고기는 반사이익 중 -식당서도 저렴한 미국산 찾아 -“광우병 파동 언제?” 가물가물 -우리의 가축사육 환경 논란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구제역 사태가 본격적으로 발생한지 열흘째. 가게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5시께부터 손님이 차기 시작했고,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도 나왔다. 바쁘게 고기를 나르던 가게 종업원은 “화요일이라 조금 한가한 편”이라며 “목요일과 금요일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난 14일 오후 강남에 위치한 한 미국산 소고기 뷔페에 다녀왔다. 이 가게는 미국산 소고기 등심과 갈매기, 치맛살 등을 일인당 1만8900원에 무한으로 제공한다. 구제역 여파로 한우를 취급하는 일반 식당들은 발길이 끊겼지만 이 식당은 매번 많은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날 가게에 방문한 취업준비생 이소담(28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미국산 소고기에 안좋은 편견이 많은데, 생각보다 고기질이 좋았다”며 “구제역 문제가 있는 느끼한 한우보다, 담백한 수입산 소고기가 나은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한미FTA체결이후 10년,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 이후 9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듯, 국산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광우병 논란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미국 소는 소비자들에게 싸고 질좋은 음식으로 인식됐다. 그 사이 한우는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한해 걸러 2년마다, 전국에는 구제역 여파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우도 자유롭지 못했다.
▶한우 끊이질 않는 위생 논란=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충북 보은에서만 구제역 확진 농장이 3곳 추가되면서 방역 당국은 물론 일대 축산농가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5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확진 농가는 보은에서만 7곳, 전국적으로는 9곳에 달한다. 구제역 확진과 의심 농가를 합쳐 지금까지 살처분된 소는 20개 농장 1213마리에 달한다.
이번 구제역 파동의 중심에는 공장형 밀식 사육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농가는 사육되는 가축을 좁은 공간에 가둬두고 키운다. 소는 닭과 돼지 등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되는 우리가 넓은 편이지만, 축산 강국인 유럽ㆍ미국ㆍ호주 등지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은 지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획득한 농장은 총 113개소(산란계 89, 육계 10, 돼지 12, 젖소 2)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구제역에 있어서는 철저한 위생관리의 표본으로 꼽힌다. 아울러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의 가축질병 관리를 돕고, 캐나다와는 정기정인 모임을 갖는다. 구제역이 국내에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를통해 지난 1929년 이후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산ㆍ한우보다 ‘덜 오른 가격’도 호재=이제 식당가에서도 미국산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한우 식당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인 반면, 수입산 소고기 취급 상점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제역 여파 이후 수입산 소고기가 더 잘나가고 있다. 지난 5일 이후부터 12일까지 이마트의 한우 매출은 직전주 대비 7.9% 감소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산 소고기를 포함하는 수입 소고기 매출은 16.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미국산만 ‘덜 오른’ 현재 소비자 물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미국산 냉장 갈비살은 100g에 2843원, 평년수준 2689원에 비해 5.7%가량 인상됐고, 냉동은 2200원으로 평년수준(2293원)보다 되레 4.1% 가격이 감소했다. 반면에 호주산 등심 냉장 100g은 5242원으로 평년수준(4500원)에 비해 16.4%, 냉동은 1532원으로 10.1% 올랐다. 반면에 한우등심 1등급은 100g에 7870원, 평년수준(6480원)에 비해 21.5% 가격이 올랐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값으로보나 질적으로보나 현재 한우보다 미국산이 앞서는 상황”이라며 “구제역이 계쏙되는 이상 수입산 쇠고기의 강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