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두산, 과거 인수했던 미국 기업들 수혜 톡톡 - ‘메이드 인 USA’ 제품 만들 수 있는 점이 특장점 - 친(親) 공화당 성향 록히드마틴과 손잡은 KAI 수혜 가능성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지만 이 와중에 기회를 찾은 기업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에 따른 수혜를 한국 기업들이 볼 것이란 관측이다. 조 단위 매출 증대 기회를 얻은 기업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효과’에 가장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측은 LS그룹이다. LS전선은 지난 2008년 미국 ‘수페리어 에식스(Superior Essex)’ 기업을 인수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세계 권선분야 1위 업체였는데 LS전선은 이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LS전선이 세계 전선업계 3위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 덕분이 컸다. 권선은 변압기 등에 감는 피복 절연전선을 말한다.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와 트럼프 대통령의 SOC 투자 약속,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등을 종합해 LS전선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메이드 인 USA’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에 요구하는 것을 요약하면 미국 제품을 쓰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인데, 이에 안성맞춤인 것이 ‘수페리어 에식스’라는 것이다.
최근 전기동 가격이 크게 뛴 것도 LS그룹에게 호재로 인식된다. 전기동 가격은 지난해 4분기 톤당 4964달러에서 지난 1월 30일에는 톤당 5850달러로 급등했다. LS그룹이 운영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동 사업이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북미에 진출한 LS산전 역시 트럼프의 SOC 투자로 빛을 볼것이란 분석이 많다.
LS그룹 관계자는 “미국이 SOC 투자에 나설 경우 노후 전선 교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40~50년 가량 된 노후 전선들이 많은데 이 전선들 대부분이 교체 대상”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트럼프 정책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 박용만 전 회장이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밥캣’은 북미지역 소형 건설장비 1위 업체인데, 멕시코 장벽 등 대규모 건설 투자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산밥캣은 전체 매출 가운데 70%가량이 북미 지역에서 나온다.
중공업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1조 달러(115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두산밥캣이 거둬들일 매출 상승분은 2조원 가량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사에 필요한 건설장비는 대형부터 소형까지 라인업을 이뤄 투입된다. 밥캣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산측은 공약의 실제 이행까지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분명 기회지만 아직은 매출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 추이를 보아가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대표적 트럼프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KAI는 오는 3월 30일 마감될 예정인 미국의 차기 고등훈련기 사업(APT) 참여를 위한 입찰 제안서를 작성중이다. APT 사업은 미국 공군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세계 최대 고등훈련기 교체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17조원이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을 잡았고, 미국 보잉은 스웨덴 사브와 함께 입찰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입찰 구도에 지형 변화가 생겨 기대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노스롭그루먼이 지난 1일 입찰 포기를 선언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레이시온도 사업 참여 의사를 접었다. 사실상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진 상황이다.
록히드마틴은 전통적 공화당 지지 성향의 방산업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록히드마틴은 미국 방산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의 후원금을 트럼프에 지원했다. 트럼프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한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트럼프로 통하는 록히드마틴-KAI의 핵심 인적 네트워크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KAI의 APT 사업 수주 가능성은 다소 높아졌다. 가격면에서도 KAI는 강점을 가진다”며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럴 경우 KAI가 최종 수주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정치환경 변수도 면밀히 주시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