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군의 기강해이가 극심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군 군사력 과장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 내 북한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2013년 인민군 3군단 내부 문건에 따르면 북한군의 기강해이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중 집행위원들에 대한 당 생활평가’라는 제목의 북한군 내부 문건에는 “지난 기간 부대 청사 안에서 콤퓨터(컴퓨터) 도난과 삐라(전단) 살포 등 비정상적인 문제들이 제기된 교훈이 있으나 현재까지도 지휘부 안의 대책을 강하게 세우지 않았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또 “4월만 하여도 울타리 철문과 객실 물자분실, 세멘트(시멘트) 도적질 현상이 자주 제기되여 부대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민군 3군단은 남포특별시에 주둔하며 평양 방어를 담당하는 부대다.
북한 군부대 안에서 전단이 살포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에 나온 삐라는 당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에 대한 비난을 담은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부대 내 컴퓨터가 도난당했다는 내용 또한 북한군 기밀이 쉽게 외부로 유출되는 등 기강해이가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일본 NHK는 지난 2014년 1만2000쪽 분량의 북한 인민군 조직부 비밀문서를 입수, 지난해 6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리영호가 허가 없이 군부대를 움직였다가 숙청됐다는 사실 등 극비사항을 보도한 바 있다.
NHK가 입수한 문서는 북한 군부대에서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유출되면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이 이런 내홍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 군은 북한군의 군사력을 과장해 평가하는 것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우리 국방부는 지난 2014년에 이어 격년제로 발간하는 ‘2016 국방백서’를 11일 펴냈다.
새 국방백서에서도 전과 같이 북한의 군사력이 양적으로 우리를 압도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병력은 128만여명으로 남한(62만50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육군 주요 전력인 전차 역시 2400여대로 북한의 4300여대의 절반 정도이고, 야포도 남측 5700여문, 북측 8600여문, 다연장로켓 및 방사포 역시 남측 200여문, 북측 5500여문으로 북한이 훨씬 많다.
해군 전력도 북한 잠수함(정)이 70여척인 반면 우리 해군은 10여척으로 북한이 7배나 많다.
공군 전력도 우리 군은 전투기 410여대를 보유해 810여대인 북한에 비해 양적으로 떨어진다.
우리 군은 양적으로는 북한이 우위이나 질적으로는 남한이 우위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의 양적 우위가 군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5월 한 국방 관련 포럼에 참석해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 장관은 당시 “북한은 1962년 4대 군사노선에 따라 군사력 증강을 시작했고, 우리는 1974년 율곡계획을 바탕으로 군사력 증강에 나서 북한보다 시기적으로 12년이나 뒤떨어졌다”는 괴변을 내놨다.
또한 “2013년 기준 북한의 실질 국방비는 약 100억달러에 달해 우리 국방비의 약 30% 수준으로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국방비는 정부 예산 대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