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구속되는 등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시민들의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급기야는 최 씨의 검찰조사 과정을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검찰을 당황케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박대통령 수사탄력] “대역 논란에 시나리오설까지” 깊어가는 불신의 늪

가장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최 씨의 ‘대역설’이 대두됐다. 지난 2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최순실 씨는 진짜 본인이 아니라 대역”이라는 내용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두하던 최 씨의 모습과 2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향할 때의 모습이 다르다는게 골자다. 일부 시민들은 “진짜는 오른쪽 머리 탈모가 심하고 쌍커풀이 쭈글쭈글하지만 가짜는 쌍꺼풀도 뚜렷하고 주름도 올라갔다”며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최 씨가 검찰에 출두한 뒤 “곰탕 한그릇을 다 비웠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곰탕’이 일종의 암호라는 음모론도 퍼졌다. 최 씨가 ‘곰탕 시나리오’, ‘설렁탕 시나리오’ 등을 미리 짜놓고 외부 조력자에게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음모론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통상 검찰 조사를 받은 이는 본인이 조사에 임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문을 날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조사를 받고나온 이가 최 씨가 아닐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음모론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검찰이 미르재단을 압수수색할 당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검찰이 빈 상자를 들고 연기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최 씨가 귀국한 뒤 하루 간 말미를 준건 다른 관련자와 말을 맞추라는 의도다’는 유언비어도 무성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은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 씨가 국정농단을 저질렀다는 정황은 있는데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니 음모론이 돌거나, 스스로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 수사대’가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전문가는 무분별한 음모론을 잠재우는 건 결국 검찰의 몫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순실 씨 사건에서 혐의나 정황은 많은데 국민들 기대만큼 속속들이 밝혀지는 것이 없어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검찰이 충분히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는만큼 특검 등 다른 검증과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