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가 지난 21일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국으로 두 번째 출동했을 때 한 말이다. B-1B가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지난 24~25일 열리는 ‘2016 에어쇼(에어파워데이)’에 참가할 거라는 관측에 대한 단호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B-1B는 에어쇼에 참가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에어쇼 논란’ 美전폭기 B-1B, 진짜 에어쇼 참가後 귀환

그냥 참가한 게 아니라 폭탄창까지 열어 내부까지 모두 공개했다. 관람객들에게 B-1B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도 할 수 있게 했다.

에어쇼 참가 여부는 미군 측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대북 경고 메시지 전달에 방점을 찍으며 에어쇼 참가 가능성을 부인한 미군이 B-1B를 전격 에어쇼에 참가시키면서 미군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치 에어쇼 논란이 일자 진짜 에어쇼에 참가해버린 모양새가 됐다.

B-1B는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나흘 만인 13일 한반도 상공에 출동했다.

그러나 오산 미공군기지 상공을 잠시 비행한 뒤 괌 앤더슨 미군기지로 복귀해 ‘에어쇼하러 한국에 왔느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자행한 북한을 상대로 과연 큰 위협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산 B-1B가 잠시 한반도 상공을 스쳐간 것에 대해 국민적 회의가 일었다.

더군다나 미군이 애초 한반도 출동을 예정했던 12일 기상악화를 이유로 출동하지 않아 유사시 언제든 2시간여만에 한반도 출동을 약속한 폭격기가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 여론도 고조됐다. 당일 민영 항공기들은 기상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운항한 것으로 확인돼 이런 비난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첫 B-1B 출동 및 귀환 8일만인 21일 미군 측은 다시 B-1B를 한국으로 출동시켰다.

미군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비행에서는 B-1B가 첫 출동보다 더 북한 상공에 가깝게 날았고 2대 중 1대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오산 미공군기지에 착륙까지 했다.

B-1B의 착륙 배경에 대해 ‘에어쇼 참가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지만, 미군 측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산공항에 착륙한 B-1B는 3일 뒤 주한 미7공군의 에어쇼 ‘에어 파워데이’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13일 ‘에어쇼하러 한국에 왔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B-1B는 결국 21일 다시 한국에 와서 진짜 에어쇼에 참가한 격이 됐다.

24~25일 열린 에어쇼에 참가한 B-1B는 25일 밤 괌 기지로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쇼 논란을 에어쇼 참가로 정면 돌파한 셈이다.

마치 월드컵 직후 한 축구 선수의 '퐈이아' 논란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