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군 병사 1명이 29일 오전 10시경 중동부 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했다. 우리 군은 현재 이 병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귀순 동기와 과정 등을 조사 중이다.

북한이 올해 1월 4차 핵실험으로 도발한 이후 첫 북한군 귀순자가 나타난 셈이다. 귀순 과정에서 총격전 등 양군간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사의 계급은 하전사 중 상급병사로 알려졌다. 하전사는 북한군에서 병사와 하사관을 아울러 이르는 표현인데 하전사 중 상급병사라면 우리 군의 병장에 해당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6월 15일 오전 8시께 북한군 하전사 1명이 중동부 전선에서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전례가 있다.

19세로 알려진 당시 귀순 병사는 강원도 화천 지역의 우리 측 GP(소초)로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한 정황이 이번 귀순 상황과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번에 귀순한 하전사가 GP를 지나 곧바로 GOP 철책으로 온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작년 귀순자는 부대 내 상습적인 구타 때문에 귀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22사단 GOP(일반전초) 문을 직접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밝힌 일명 ‘노크 귀순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을 경악시킨 바 있다.

이날 귀순한 북한군 하전사 상급병사의 귀순은 적어도 '노크 귀순'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군복은 입었지만 총을 들지는 않은 상태였다. 물론, 이 귀순자를 북한군들이 뒤쫓아오지도 않았고, 뒤쫓아온 북한군들과의 총격전 등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29일 합동참모본부 상황보고 자료에 따르면, 북한 상급병사는 29일 오전 10시경 중동부 전선에 나타났다. MDL을 넘은 이 병사는 우리 군 GOP(일반전초) 철책과 MDL 사이에 설치돼 있는 GP(소초) 사이를 통과해 GOP 철책까지 왔다. 이 때 시각이 오전 10시 3분이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북한군 귀순자, 어떻게 전방철책 넘었나

GOP 대기초소에 근무 중이던 우리 군 장병 2명은 당시 철책 너머로 미상의 물체를 발견하고 중대상황실로 보고했다. 상황을 신고받은 중대OP(관측소) 측도 감시장비를 통해 철책 너머 미상의 인원 1명을 식별했다.

북한군 귀순자로 판별되자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GOP 대기초소 근무 중이던 2명은 초동조치조가 되어 현장으로 이동했고, 관측소의 중대장 등 4명은 귀순자 유도조로서 긴급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다. 이 때 시각이 10시 12분.

이들은 철책 너머 미상 인원의 귀순의사를 확인하고 GOP 철책을 드나드는 통문으로 이동시켜 마침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철책을 넘어온 귀순자는 철책 후방으로 이송됐다.

약 3시간여 후인 13시 25분 귀순자는 사단 기무부대로 인계됐고, 다시 기무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중앙 합동신문 장소로 다시 옮겨졌다.

현재 해당 하전사는 조사를 받고 있다.

군은 귀순자를 발견하고 이송하는 한편, 사단 경계작전태세를 강화했다. 군단 차원에서는 화력대기태세를 격상하는 등 이날 전방 부대는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합참에 따르면, 현재까지 북한군 측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그러나 계속해서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