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6) 초파리 습성 13가지 중 장기투자 이긴 건 ‘0개’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천적의 그림자를 피해 달아나는 초파리의 습성을 비트코인 매매에 적용하자, 40% 가까이 오를 비트코인을 13% 수익에서 팔아 버렸다.
천적을 피해 달아나고, 짝짓기 상대를 고르고, 아침과 저녁에만 바빠지는 초파리 습성 13가지를 매매 전략으로 옮겨 과거 차트로 시험한 결과, 비트코인을 사서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많이 번 습성은 하나도 없었다. 실시간 모의 매매까지 살아남은 것은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는 습성 하나뿐이었다.
헤럴드경제는 초파리 뇌를 PC에서 작동시킨 가상 초파리로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과학자들이 완성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바탕으로 차트 정보를 초파리가 알아듣는 냄새 신호로 바꿔 넣고 가상 뇌의 반응을 매수와 매도로 읽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좀처럼 돈을 벌지 못하자, 실험 방향을 초파리가 실제로 하는 행동으로 넓혔다.
초파리 뇌만 사용 → 실제 초파리 습성까지 반영
실험을 맡긴 AI는 지난달 25일 하루 동안 초파리 행동 논문들을 찾아 매매 전략 기획 13개를 만들었다. 먹이밭을 언제 떠날지 정하는 애벌레의 습성, 머릿속 나침반으로 방향을 기억하는 습성, 바람에 실린 냄새를 따라가는 습성, 아침과 저녁에 활발해지는 생체시계, 다가오는 천적을 피하는 반사 등이다.
시험은 과거 비트코인 차트로 돌렸고, 한 번 사고팔 때 수수료와 호가 차이를 합쳐 거래 금액의 0.14%가 빠져나간다고 가정했다.
초파리는 그림자가 커지며 다가오면 순식간에 날아올라 달아난다.
2017년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자넬리아 연구캠퍼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초파리 눈에 다가오는 물체에만 반응하는 신경세포 약 80개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 신경세포들은 옆으로 지나가는 물체에는 반응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가오며 커지는 물체에만 반응한다.
초파리가 천적을 피하는 반응을 코인 매매에서 손절하는 방식에 사용해봤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동안 가격이 떨어진 폭을 그림자의 크기로 정하고, 떨어지는 속도를 그림자가 커지는 속도로 설정해 둘 다 기준을 넘으면 곧바로 팔게 했다.
과거 차트인 2024년 10월 13일 매수한 거래에서 초파리 반응은 13.5% 수익이 난 시점에 비트코인을 팔았다.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들고 있었다면 수익은 39.9%까지 불어났다.
천적을 피하는 반응의 기준을 낮추면 작은 하락에도 매매를 시도해 전체 매매의 26~49%가 조기 매도로 끝났다.
초파리답게 했더니 오히려 손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초파리 뇌 배선도를 이용해 생체시계를 이루는 신경세포를 모두 찾아낸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생체시계가 기존에 알려진 150개가 아니라 약 240개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파리의 아침 활동과 저녁 활동은 이 가운데 서로 다른 신경세포 무리가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파리는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가장 활발하다.
초파리의 생체 리듬을 매매 시간에 적용해보니 성적은 좋지 못했다. 초파리 활동 시간 안에 산 29번은 한 번에 평균 0.35% 손실, 그 밖의 시간에 산 64번은 평균 0.47% 수익이었다.
초파리가 활발한 아침·저녁 시간대는 국내 코인 거래소에 거래가 몰리는 오전 9시, 오후 9시와 겹쳤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초파리 애벌레는 먹이를 먹다가 먹이가 부족해지면 다른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올해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사전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애벌레가 먹이가 줄어든다는 증거를 조금씩 쌓다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떠난다는 계산 모형을 제시했다.
해당 습성을 비트코인을 언제 팔지 정하는 데 사용해봤다. 초파리가 코인을 들고 있는 동안 버는 속도가 시장 평균보다 낮은 상태가 쌓이면 팔게 했다. 시험 결과 모든 매매에서 ‘산 가격보다 0.28% 떨어지면 판다’는 평범한 손절 규칙과 똑같은 시점에 팔았다. 초파리 애벌레의 먹이 계산 모형을 반영했지만 예상과 달리 단순 규칙으로 반응했다.
초파리가 방향을 찾는 습성을 반영한 방식에서는 255번 사고팔아 43.5%를 벌었다.
그러나 같은 신호를 단순하게 더하기만 한 계산법에선 64.0%를 벌었고,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는 94.3%의 수익률이었다. 초파리가 방향을 찾는 습성이 오히려 수익을 깎았다.
시험조차 하지 않고 접은 습성도 있다. 굶주린 초파리는 냄새와 단맛에 예민해져 평소 먹지 않는 것도 먹는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초파리 뇌의 특정 신경세포가 먹는 행동을 억제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해당 습성을 매매로 옮기면 ‘손실이 길어질수록 더 크게 건다’는 규칙이 된다. 잃을 때마다 판돈을 키워 한 번에 만회하려는 이른바 ‘마틴게일’ 방식이다. 이 방식은 실제 자산이 아닌 모의 매매에서 반영하기엔 초기 자본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사용하지 않았다.
실시간 모의 매매에 반영한 한가지 습성
초파리의 13개 습성 가운데 실시간 모의 매매로 이어진 것은 한 가지였다.
초파리가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는 습성으로 2020년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이라이프에 발표한 실험을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직접 만든 풍동에 연기를 불규칙하게 흘려보내고 그 속을 걷는 초파리를 촬영했다. 바람에 실린 냄새는 초파리에게 짧게 끊겨 닿고, 초파리는 냄새를 마주친 시점에 따라 걷거나 멈추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를 활용해 코인 시장에서 대량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냄새가 초파리에게 닿은 것으로 보고 초 단위로 반응하게 했다. 가상 초파리는 46시간 동안 5번 사고팔았고, 매매당 수익 중앙값은 0.011%였다.
다만 13개 기획의 성적은 모두 과거 차트로 돌린 결과이고, 실제 돈이 아닌 모의 거래였다. 냄새를 따라가는 습성의 첫 시험도 46시간 동안 5번 사고판 결과라 이것만으로 실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AI에게 과거의 비슷한 장면과 자신의 매매 기록을 돌아보게 한 뒤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해 매매하게 하는 실험도 이어졌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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