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4) 초파리 행동을 바탕으로 초 단위 매매…0.006% 수익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초파리가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을 때의 행동 규칙을 적용한 가상 초파리 30마리에게 비트코인 모의 매매를 맡긴 결과, 약 나흘 동안 167번 사고팔아 한 번에 평균 0.006%의 수익을 냈다. 100만원어치를 한 번 사고팔 때 60원을 버는 수준이다.
헤럴드경제는 초파리 뇌를 PC에서 작동시킨 가상 초파리로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가상 초파리 한 마리는 8번 사고팔아 한 번에 평균 0.09%의 손실을 냈다.
15분 단위 차트를 냄새 신호로 바꿔 넣은 방식은 과거 검증에서 대부분 손실이었다. 실시간 모의 매매에서 3번 사고팔아 3% 넘는 수익을 낸 초파리도 있었지만, 매매 횟수가 적어 우연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방식을 바꿔 실제 초파리가 냄새를 따라갈 때의 행동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매매 전략으로 반영하고 차트도 15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를 사용했다.
냄새 쫓는 초파리 습성 이용해 보니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지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아 2020년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직접 만든 풍동에 연기를 불규칙하게 흘려보내 냄새 대신 눈에 보이는 연기를 바탕으로 실험했다.
연기도 여러 가지 화합물이 섞인 냄새의 일종이다. 연구진은 바닥을 걸어 다니는 초파리와 연기의 움직임을 함께 촬영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초파리는 냄새를 마주쳐도 걷는 속도를 크게 바꾸지 않지만, 걷는 도중 방향을 트는 순간에 냄새를 맡으면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멈춰 서있는 동안 냄새가 닿는 타이밍을 보고 다시 걸을 때를 정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냄새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파리가 그때까지 맡은 냄새의 흐름에 따라 걷는 방향을 조금씩 바꿔 가는 방식으로 냄새를 찾아간다고 분석했다.
가상 초파리에게 차트에 담긴 모든 정보를 냄새로 반영하지 않았다. 대량 체결이나 짧은 순간 몰린 거래 체결만 냄새 1회로 보고 매수 체결이면 바람이 그쪽에서 불어온다고 입력했다.
이를 통해 가상 초파리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걸으면 비트코인을 사고,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면 팔도록 했다. 앞선 논문에서 측정한 걷기·멈추기 시간 값은 그대로 두고, 시장 속도에 맞추기 위한 시간 척도 하나만 조정했다.
비용은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초 단위로 자주 사고파는 방식이라 수수료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시장가로 한 번 사고팔면 수수료와 호가 차이를 합쳐 거래 금액의 0.116%가 빠져나간다. 수수료가 없어도 사고팔 때 생기는 호가 차이 0.024%는 비용으로 반영했다.
가상 초파리 한 마리의 성적은 매매 횟수에 따라 달라졌다. 첫 16번의 매매에서는 한 번에 평균 0.041%를 벌었다. 매매가 45번으로 늘어난 지난 6일 기준으로는 평균 -0.003%였다.
같은 방식을 알트코인 8종목에 적용한 실험은 234번 사고팔아 한 번에 평균 0.20%를 잃었고, 수익을 낸 매매는 전체 횟수의 15%뿐이었다.
과거 모의 매매에서 성적이 좋았던 초파리 한 마리를 골라 사용한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지난달 23~29일 자료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초파리는 한 번에 평균 0.27%를 벌었지만, 이어진 지난달 30일~이달 3일 자료에서는 평균 0.06%를 잃었다. 각각 2번, 3번 매매한 결과라 차이를 크게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에 잘 맞혔다고 앞으로도 잘 맞힌다는 보장은 없었다.
30마리 묶어보니 우연 아닌 실제 수익 실현
초파리 한 마리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정이 서로 다른 가상 초파리 여러 마리를 묶어 함께 판단하게 했다. 여러 마리의 판단을 모으면 한 마리가 틀리더라도 나머지 판단이 이를 상쇄해 전체 오차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초파리 연구에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2015년 스위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초파리가 혼자일 때는 기피 냄새를 약하게만 피하지만, 무리 지어 있을 때는 훨씬 강하게 달아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산화탄소 냄새로 실험한 결과 혼자 있는 초파리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초파리 무리는 다리가 서로 부딪치면서 경고 신호가 연쇄적으로 퍼졌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돌연변이 초파리도 무리 속에서는 함께 피했다.
가상 초파리의 경우 30마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지 않고 각자 판단한 결과를 투표처럼 모았다. 30마리는 시간 척도와 냄새로 인식하는 체결 기준, 체결 기록을 받는 거래소를 서로 다르게 설정했다. 30마리 가운데 60% 이상이 매수 방향으로 움직이면 사고, 30% 이하로 줄면 팔게 했다.
30마리는 약 나흘 동안 167번, 하루 40번꼴로 사고팔아 한 번에 평균 0.006%를 벌었다. 같은 기간 한 마리는 8번 사고팔아 평균 0.09%를 잃었다.
30마리의 수익이 우연인지도 따져 봤다. 30마리의 투표 결과를 실제 차트와 어긋나도록 시간을 무작위로 옮겨 200번 다시 계산하자, 30마리의 실제 성적보다 좋은 경우는 8번(4%)에 그쳤다. 30마리가 차트 흐름에 반응해 거둔 수익이 우연으로 나왔을 가능성은 작다는 뜻이다.
우연보다 나아야 한다는 실험 기준을 넘은 것은 가상 초파리 실험 가운데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 통과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30마리의 매매가 앞으로도 수익을 벌어들일 확률은 약 68%로 계산됐고, 매매당 기대 수익은 -0.012%에서 +0.026%로 추정됐다.
30마리의 의견이 한쪽으로 크게 쏠린다고 결과가 좋아지지도 않았다. 30마리 가운데 80% 이상이 ‘사라’고 판단했을 때의 매매는 오히려 평균 -0.027% 손실이었다.
30마리는 이달 3일부터 실시간 모의 매매에 들어갔다. 6일 오전까지 104번 사고팔아 한 번에 평균 0.01%를 벌었다. 검증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매수해 보유한 경우보다는 수익률이 0.1%P 낮았다.
다만 이번 결과는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를 이용한다는 전제에서만 통하고, 수수료를 적용하면 손실로 바뀐다. 검증 종목도 비트코인 하나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한계다.
한편 초파리의 행동 규칙은 작은 수익을 냈지만, 초파리 뇌 배선도를 그대로 쓴 가상 뇌는 여전히 손실이다. 이에 가상 뇌가 차트를 기억하게끔 뇌 용량을 늘려서 얼마나 기억하고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이어진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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