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7230명 조사…7%가 AI로 만든 성적 이미지 피해
피해 응답은 남성이 많았지만 우울·두려움은 여성이 더 커
가해자 절반 넘게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미국과 영국, 호주 성인 100명 가운데 7명꼴로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성적 이미지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남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 온라인에 올라온 딥페이크 영상의 96%가 동의 없이 만든 성적 영상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사진 한 장으로 옷을 벗긴 것처럼 만들어주는 ‘옷 벗기기 앱’ 사이트 85곳에는 지난해 상반기 한 달 평균 1850만 명이 드나들었고, 1년에 최대 3600만 달러(약 490억원)를 버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연예인 같은 유명인 피해에만 초점을 맞춰 일반인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휴먼-컴퓨터 인터랙션에 호주 RMIT대 니콜라 헨리 교수와 구글 연구진은 미국·영국·호주 성인 7230명을 대상으로 AI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 합성 딥페이크 15.1%, AI 합성은 7%
연구팀은 2024년 7~8월 미국과 영국, 호주 성인에게 18세 이후 누군가 동의 없이 자신의 가짜 성적 이미지를 만들거나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포토샵 같은 단순 합성까지 포함하면 응답자의 15.1%가 이런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AI로 만든 이미지 피해만 따지면 7.0%였다.
누군가 AI로 자신의 성적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응답은 4.3%, 퍼뜨렸다는 응답은 4.4%,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는 응답은 3.6%였다.
같은 연구진이 앞서 10개국 성인을 조사했을 때는 AI 성적 이미지 피해 응답이 호주(3.7%)에서 가장 높았고, 한국(3.1%)이 그 뒤를 이었다.
피해 이미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39.4%)로 가장 많이 퍼졌다. 개인 메시지(32.9%)로 전달되거나, 화면에 띄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경우(30.4%), 단체 대화방으로 퍼진 경우(28.9%)도 많았다.
35세 미만이거나 성소수자, 유색인종, 장애가 있는 사람의 피해 응답이 더 많았다. 남성의 피해 응답도 여성보다 2배 넘게 많았다.
다만 연구팀은 남성이 성 착취 협박이나 장난의 대상이 되면 피해를 알아차리기 쉬운 반면, 몰래 만들어져 돌아다니는 이미지는 피해자가 아예 모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우울·두려움, 남성은 괜찮았다·웃겼다
연구팀에 따르면 피해자의 90.3%는 분노나 수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영국의 한 여성(25~34세)은 “영상을 보고 굴욕감을 느꼈다. 한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영국 여성(18~24세)은 “모멸적이었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지만, 그 뒤는 견딜 수 없이 길었다”고 털어놓았다.
여성 피해자는 우울(42.6%)과 신변에 대한 두려움(42.4%), 슬픔(32.7%)을 느꼈다는 응답이 남성(25.7%, 18.1%, 10.7%)보다 크게 많았다.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도 여성(35.5%)이 남성(16.0%)의 2배를 넘었다.
남성 가운데는 ‘괜찮았다’(11.4%), ‘웃겼다’(12.3%)는 반응도 있었다.
가해자는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이라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은 29.7%, 누가 했는지 모르는 경우는 14.6%였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차단(69.2%)하거나 플랫폼에 신고(56.8%)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증거를 모으거나(55.0%), 사이트에 이미지 삭제를 요청한(52.6%) 경우도 절반을 넘었다.
반면 동의 없이 퍼진 성적 이미지의 확산을 막아주는 온라인 도구 ‘StopNCII’는 피해자의 33.0%가 존재 자체를 몰랐다.
피해자 열 명 가운데 한 명꼴(12.0%)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호주의 한 여성(35~44세)은 “너무 창피했다”고 답했다. 미국의 한 여성(35~44세)은 “누구에게 신고해야 할지, 신고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몰랐다”고 했다.
영국의 한 여성(18~24세)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믿어주지도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피해와 서구권이 아닌 나라의 피해를 조사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80/10447318.2026.2723677
논문 정보 : Henry, N., Umbach, R., Shelby, R., & Gonzalez-Pons, K. (2026). “That Experience Still Haunts Me to This Day”: A Multi-Region Survey on AI-Generated Image-Based Sexual Abuse Victimization .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1–26.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