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디자인위크2013’이 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헤럴드 창사 60주년 기념 강연을 필두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기존 ‘헤럴드디자인포럼’을 계승 발전한 이번 행사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디자인 축제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8일 ‘디자인은 삶’을 테마로 진행된 포럼은 세계 디자인계의 거장 11명이 나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관객과 나누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감동과 자극은 국내 디자인 산업 전반의 발전은 물론 디자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올해 처음 기획, 9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토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과 젊은이들이 만나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디자인의 가치와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혁신적인 기업가와 정치인 등 글로벌 리더들은 누구할 것 없이 디자인에 열광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디자인을 매개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심어주자는 게 그 취지다.
이번 행사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ㆍ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이라 할 수 있다.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듯 이제는 디자인이 사회적 책임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과 가치를 공유하고, 공공의 선(善)을 함께 실현하는 디자인이 돼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최근 헤럴드경제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디자인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요소로 ‘소통’을 꼽았다. 사회적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에 열을 올리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세계적 이목이 집중됐던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전쟁도 결국 ‘디자인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기에는 우리 저변은 너무 척박하다. 정부는 디자인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큰소리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쥐꼬리다. 그나마 줄어들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디자인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고급 인력을 배출할 대학 또는 그 이상 과정의 국립디자인학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잠자는 디자인 마인드를 깨우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