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증우 ‘일상 속 UX 라이팅’

디지털서비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사용자 입장 ‘쉬운 용어’ ‘명확한 내용’ 전달

애플·구글 등 해외선 일찌감치 중요성 인정

국내 코로나로 대면안내 어려워 적극 활용

고객친화적 메시지, 소비자 만족으로 직결

“키오스크·배달앱·은행간편송금...좋은 ‘UX 라이팅’ 소비자경험 더 편리하게”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좋은 ‘UX 라이팅(UX Writing)’은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자경험(UX)을 편리하고 즐겁게 만듭니다.”

직장인 A씨는 커피를 마시려고 매장 키오스크 앞에 섰다. 안내 문구에 따라 메뉴에서 커피와 컵 사이즈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완료하자 화면에는 ‘A님의 주문을 3번째 메뉴로 준비 중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주문 완료’ 메시지보다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메시지, 이게 바로 일상 속 UX 라이팅의 예다.

오는 27일 ‘헤럴드디자인포럼 2022’ 무대에 오르는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UX 라이팅이 이미 우리 삶에 ‘공기’처럼 녹아든 ‘혁신’이라고 역설했다.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사용자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는 문구 및 이것을 만드는 일을 일컫는다. UX 라이팅 개념이 등장한 건 1990~2000년대다. 당시 IT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던 소비자 중엔 화면(인터페이스) 상 메뉴, 버튼, 안내 글에 혼란을 겪다 오류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이 카피라이터, 테크니컬라이터 등을 고용해 사용자 입장의 ‘쉬운 용어’와 ‘명확한 내용’을 텍스트로 바꾸기 시작한 게 UX 라이팅의 출발점이다.

박 이사는 “그 시기엔 UI 텍스트 라이팅, UX 텍스트 라이팅, UX 카피라이팅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지만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UX 프로세스 내 텍스트 역할과 중요성이 점차 더 커지면서 명칭이 UX 라이팅으로 정립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일찌감치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 UX 라이팅란 용어가 등장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여전히 카피라이팅과 개념이 혼동되기도 한다.

박 이사에 따르면, 카피라이팅은 마케팅을 위한 목적으로 상품의 가치를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행위다. 반면 UX 라이팅은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즐거운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카피라이팅은 심미성이 중요하다면, UX 라이팅은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키오스크·배달앱·은행간편송금...좋은 ‘UX 라이팅’ 소비자경험 더 편리하게”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작년 10월 와이어링크가 신한카드와 작업한 UX라이팅 가이드라인. [와이어링크 제공]
“키오스크·배달앱·은행간편송금...좋은 ‘UX 라이팅’ 소비자경험 더 편리하게”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신한카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하여, 신한카드 UX Writing 가이드 2.0’의 75쪽. [와이어링크 제공]

UX 라이팅은 이미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널리 쓰이고 있다. 요식업계에서 흔히 활용하는 키오스크 외에도 ▷배달 앱을 통한 음식 주문 및 각종 온라인 물건 주문 ▷은행 간편 송금 ▷온라인 약관 설명서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모든 디지털 제품·시스템에 녹아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면 안내가 힘들어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누구나 비대면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 한자어, 외국어 번역투를 알기 쉽고 부드러운 뉘앙스의 우리말로 바꿔야 할 필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장 하나 바꾸는 일’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좋은 UX 라이팅은 고객 만족으로 직결된다.

박 이사는 “지난 2019년 웹어워드에서 시중 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용자 중심의 언어 사용으로 콘텐츠가 이해하기 쉽고 사용이 편리해졌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18년 진행한 통신사 고객 만족도 조사에선 고객 친화적 메시지에 대한 긍정 만족도가 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는 좋은 UX 라이팅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문용어나 어려운 한자어 대신 사용자에게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관점이 아닌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 중심으로 표현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인지 과정을 더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관된 표현을 사용해 혼란을 줄이는 것도 좋은 UX 라이팅의 기본이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핵심 정보를 우선 제시하되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과정이나 흐름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이사는 “사용자는 화면 상의 콘텐츠를 중요한 부분만 스캔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정보를 한 번에 주기보다는 꼭 필요한 정보를 사용자 여정에 맞춰 짧고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