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 예정이던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가 의정부 잔류 의사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캠프 스탠리 측은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기 어려운 이유로 평택 미군기지의 부실공사를 거론해 수상스러움을 더욱 더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사무실 배치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규정을 두고 있고, 건설사가 그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반복해서 지적할 정도로 까탈스러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미군의 지도에 따라 조성된 헬기장 시설이 부실공사라는 지적도 이상하거니와, 부실공사이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이 때문에 캠프 스탠리가 굳이 의정부에 주둔하려는 의도가 뭔가 다른 곳에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19일 군 당국과 의정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던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의 잔류 여부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 부지는 부대가 이전하면 교육 연구단지가 들어설 곳으로 이미 계획돼 있다. 의정부시가 조성하는 복합 문화단지와도 가깝다. 이런 점에서 의정부 주민들은 캠프 스탠리 부지의 평택 이전을 도시가 새롭게 탈바꿈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 스탠리 측은 의정부 주둔을 시사하는 말과 행동을 거듭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넌센스’ 의정부 캠프 스탠리, 평택 미군기지 안가는 이유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일대에 소재하는 캠프 스탠리는 원래 올해 말까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평택 기지 공사가 늦어지면서 내년으로 이전 시기가 조정됐다.

그런 와중에 토마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지난 6월 안병용 의정부 시장에게 “건설 중인 평택 미군기지의 헬기 착륙장에 결함이 발견돼 캠프 스탠리를 이전하는 대신 공격형 헬기 주둔 기지로 사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하며 논란이 불붙었다.

헬기 착륙장 시설에 적합하지 않은 자재가 사용돼 미군 측에서 활용하려면 재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헬기장은 콘크리트 구조 공사 당시에 헬기장 시설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재가 들어가 다시 공사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안 시장과 헬기를 타고 평택 기지까지 가 현장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히 강한 잔류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현재 수도권 북부에서 잔류가 확정된 동두천 210화력여단에 이어 캠프 스탠리의 잔류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군의 이와 같은 주장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헬기장 시설이 부실공사로 잘못 지어졌다는 미군 측 주장 자체가 ‘넌센스’라는 반응이다.

진짜 부실공사가 맞다면 이전이 예정된 부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재공사 등에 착수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미군 측은 해당 부지를 공격형 헬기 용도로 바꿀 것이라는 상식 밖의 주장을 펴고 있다.

상당히 깐깐하게 공사 감독하기로 소문난 미군 측이 왜 헬기장 시설을 부실공사로 방치했는지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부실공사로 지어진 헬기장을 일반 헬기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다면서, 공격 헬기는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부실 시공된 시설을 철거하고 미군 기준에 맞게 새로 만들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규정과 계획에 따라 기지를 구축하는 미군이 이런 주먹구구식 행태를 보일 리가 없다는 점에서 미8군이 뭔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한 번 배치된 부대를 단기간에 철수시키지 않는 미군의 특성상 해당 헬기장에 공격 헬기가 배치되면 향후 장기간 공격 헬기가 해당 시설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도 캠프 스탠리의 강한 의정부 잔류 의지를 방증한다.

소문이 무성해지자 의정부 지역 시민 단체들이 행동에 나섰다. 지역 13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일 캠프 스탠리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8일 안 시장과 면담을 했다.

안 시장은 면담에서 “미군 기지 이전은 한국과 미국 정부간 일이며 지자체는 개입에 한계가 있다”며 “국방부와 미군 관계자로부터 예정대로 이전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또한 국방부 서면 회신을 인용해 ‘주한미군은 헬기 부대를 일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캠프 스탠리를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스탠리를 주한미군 헬기부대 임시주둔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거나 이를 위해 반환 시기를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답변의 내용이 부족하고, 시장의 처신도 미온적이라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것은 시민이 뽑아준 시장으로서 당연한 의무인데 안병용 시장이 미군 기지 이전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13일부터 캠프 스탠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