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서울시립대 연구팀, 원자-빛 양자상태 ‘지하철 노선도’처럼 구현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빛의 세계 속에 인간의 뇌 신경망처럼 거대한 연결망이 숨어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자 상태를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 박남규·유선규 교수와 서울시립대 박현희 교수 연구팀이 원자와 빛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나의 틀로 설명하는 ‘자기 그래프(magnetic graph)’ 이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원자와 빛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현상은 양자컴퓨터와 첨단 광학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원리다. 문제는 둘의 결합이 극도로 강해지면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합이 약할 때는 기존 계산법이 통하지만 ‘초강결합’, ‘심층강결합’으로 갈수록 근사법이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결합 세기에 따라 서로 다른 계산법을 사용해야 했다.
연구팀은 ‘지하철 노선도’에서 해법을 찾았다.
광자의 수와 원자 상태를 지하철 ‘역’처럼 점으로 표시하고,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할 가능성을 ‘노선’으로 연결했다. 빛이 가진 위상 정보까지 선에 담아 복잡한 양자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으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 가장 단순한 원자와 빛의 양자계에서도 두 종류의 점이 무수히 많은 장거리 선으로 연결된 ‘반무한 그래프’가 나타났다. 단순해 보이는 양자현상 하나에도 방대한 상태와 연결구조가 숨어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연결망의 복잡성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자기 라플라시안’ 지표를 만들었다. 이를 적용하면 약한 결합부터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까다로운 심층강결합까지 양자 상태의 변화를 하나의 연속된 숫자로 파악할 수 있다.
양자 상태가 강한 결합에서 급격히 달라지는 이유도 찾아냈다. 연구팀이 서로 다른 크기의 부분 연결망을 각각 2만번씩 무작위로 만들어 분석한 결과, 핵심 원인은 ‘위상 좌절’로 나타났다. 여러 경로를 거친 빛의 파동이 서로 어긋나 상쇄되면서 양자 상태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광AI 개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결망의 점을 인공신경망의 ‘뉴런’처럼, 점과 점 사이의 연결 세기와 위상을 ‘시냅스’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원자-빛 시스템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자 상태를 연산에 활용한다면 기존 광자 신경망과는 다른 새로운 AI 연산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AI 하드웨어로 구현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측정하는 기술과 함께 광손실과 잡음에 견디는 성능을 검증하고, 여러 원자와 공진기로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는 “가장 단순한 양자 현상 내부에도 방대한 연결 구조가 숨어 있음을 밝혔다”며 “앞으로 하나의 원자와 빛의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인공신경망을 구현하는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6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