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 가보니

35세 자가 혼인, 비자가보다 26%↓

고령층 소득 충격에 주거조정 12%뿐

“주택금융, 생애 위험관리로 전환해야”

“청년은 집을 사느라 결혼을 미루고, 노인은 집 한 채만 남긴 채 생활비를 줄입니다.”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나온 진단이다. 한·일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주택금융의 역할을 ‘집을 사게 해주는 금융’에서 ‘생애 전환기의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JHF)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양 기관은 이날 업무협약(MOC)도 체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조만 서강대·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24년 합계출산율은 일본 1.15명, 한국 0.75명으로 한국의 하락세가 훨씬 가팔랐다”며 “65세 이상과 75세 이상 인구 비중도 2045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공적연금 급여와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구조를 고려하면 주택연금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집 사면 결혼 19% 늦어진다=청년층은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22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가 거주 청년의 혼인 가능성은 비자가 청년보다 19.2% 낮았다. 35세 이하에서는 격차가 26.2%로 커졌다. 반면 임차 가구의 혼인 가능성은 23.7% 높았고 자가 가구보다 약 2년 먼저 결혼했다.

주거 안정성은 출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30세 이하 공공임대 거주자의 혼인 가능성은 2.69배, 출산 가능성은 3.36배높았다. 평균 면적(61.6㎡)보다 넓은 공공임대에 거주하면 둘째 출산 가능성은 5.2배, 셋째 이상은 5.87배로 상승했다.

박 위원은 “대출 확대로 더 비싼 집을 사게 하기보다 공공임대를 통해 청년 가구의 주거 소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의 주거비 부담은 이미 부채와 부모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희 HF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결혼 5년 미만 신혼부부의 86.9%가 대출을 보유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42.7%에 그쳤다.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12.2%였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가운데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물량은 7.3%뿐이고, 처음 독립한 청년 가구주의 61.7%가 부모·친인척에게 주거자금을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집은 있는데 쓸 돈 없는 노년층=고령층은 집을 줄이기보다 소비를 줄였다. 고령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60대 54.6㎡에서 80대 이상 63.9㎡로 넓어지고 자가거주율도 46.9%에서 65.4%로 높아졌다.

반면 금융자산은 4500만원에서 2648만원으로, 월 생활비는 121만9000원에서 79만6000원으로 줄었다. 소득 충격 때 주거를 조정할 확률은 12.4%에 그쳤지만 소비를 줄일 확률은 56.8%였다.

은퇴연령 가구 자산의 80.7%가 부동산에 묶여 있지만 주택연금 가입률은 적격가구의 약 2%, 15만가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맞춤형 홍보와 상속 절차 간소화, 집값 변동을 반영한 지급방식 등을 도입하면 가입 의향이 35.3%에서 41.4%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가입 의향 가구가 모두 가입하면 GDP가 0.5~0.7% 늘고 노인빈곤율은 3~5%포인트 낮아져 최소 34만가구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다.

황 실장은 집값 상승 때 월 지급액도 늘어나는 ‘주택가격 연동형’ 방식과 자녀가 집을 상속할 경우 누적 연금 상환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과도한 전세보증과 생애최초 주택구입 대출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선별 지원을 주문했다.

일본은 저출산 대응을 주택금융에 직접 연계하고 있다. JHF의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플랫35’는 18세 미만 자녀가 있거나 부부 중 한 명이 40세 미만인 가구에 자녀 1명당 최초 5년간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준다. 고령층에는 사망 때까지 이자만 내는 ‘리버스60’과 주택 잔존가치를 담보로 월 상환액을 낮춘 대출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금융이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청년·고령층에 정책금융을 집중하되, 공급 확대가 집값 상승이나 세대 내 자산 격차를 키우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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