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은 설탕 절임이 국룰?”…설탕 대신 대체당으로 승부
텀블벅 5개 프로젝트 1억1385만원…2년 새 매출 154% 성장
버려질 매실 50t 상품화…“농산물에 새 쓰임 만들어 소득으로”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몸에 좋다는 매실, 꼭 설탕에 절여 먹어야 할까.”
오태근(37) 로브콜 대표는 이 질문 하나를 품고 전국 매실 산지를 8400㎞ 넘게 누볐다. 설탕 대신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 등 천연 대체당을 활용해 매실의 맛과 기능을 오롯이 살려내기 위한 실험만 300번 넘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무설탕 고농축 매실 스틱 ‘매실매실’이다.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첫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액 100만원에 2236만원이 넘게 몰렸다. 목표 달성률은 2236%. 크라우드펀딩은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 소비자에게 먼저 선보이고 목표 금액을 정해 후원을 받는 방식이다.
이후 선보인 ‘소화제 대신 마시는 스틱형 무설탕 매실차(1016만3100원)’, ‘포스트바이오틱스 300억셀 유산균 젤리(1776만4300원)’, 설탕 무첨가·무카페인 오미자 드링크 ‘OMG(2127만2400원)’까지 연이어 흥행을 거뒀다.
특히 ‘매실매실’은 목표액 50만원에 무려 4228만원이 모였다. 목표 달성률은 8457%에 달했다. 텀블벅에서 진행한 5개 프로젝트의 누적 후원액만 1억1384만원을 넘어섰다.
오 대표가 찾아낸 성공의 비결은 의외로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었다.
매실청이나 오미자청을 만들 때 으레 넣던 설탕부터 바꿨다. 설탕 대신 프리미엄 등급의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을 사용했다. 그 결과 ‘매실매실’은 당류 0g의 무설탕 제품으로, ‘OMG’는 당류 1g의 설탕 무첨가 제품으로 태어났다.
설탕에 대한 거부감, 혈당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건강에 대한 최근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은 셈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확인한 소비자 반응은 정식 유통시장으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무인양품 등에 잇따라 입점했고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23년 약 2억2700만원이던 매출은 2025년 5억7700만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오 대표는 매출 숫자만으로 성공을 설명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알아서 팔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소비자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기능뿐 아니라 경험을 선택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단순히 로고를 예쁘게 만들고 포장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당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을 만큼 디자인이 괜찮은지,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편한지까지 제품을 둘러싼 모든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브랜드라는 생각이다.
오 대표가 지역 농산물의 가능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대학 시절이었다.
광고홍보를 전공하던 그는 대학을 잠시 쉬고 충남 부여에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카페를 1년간 직접 운영했다. 이때 지역 농산물도 어떻게 바라보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졸업 후에는 식음료(F&B) 브랜드와 미디어커머스 이너뷰티 브랜드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특히 전남 해남산 호박을 활용한 차(茶) 마케팅을 맡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다시 했다.
좋은 원물을 가지고 있어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했다. 반대로 평범해 보이는 농산물도 어떤 이야기를 입히고 어떻게 상품화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은 오 대표가 창업에 나선 뒤 단순한 ‘농산물을 파는 일’보다 ‘브랜드’에 집중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좋은 원물은 이미 전국에 충분하지만, 소비자가 왜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제품을 만든 뒤에도 곧바로 광고부터 하지 않았다. 먼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기로 했다.
그는 “광고를 많이 하는 것보다 고객이 먼저 인정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소비자가 직접 지갑을 열어주는지가 가장 객관적인 평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품이 정말 시장에서 통할지, 소비자가 자신의 돈을 내고 살 만큼 매력적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매실의 성공은 오미자와 유자, 흑마늘 등 다른 지역 농산물로 확장되는 발판이 됐다. 오미자를 활용한 설탕 무첨가·무카페인 드링크 ‘OMG’에 이어 포스트바이오틱스 300억셀 유산균 젤리까지 연달아 성공시키며, 오 대표는 “매실이 특별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브랜드화하는 방식 자체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그는 단순한 제조업자를 넘어 지역 농산물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는 ‘브랜드 기획자’로 활약하고 있다. 매실과 오미자를 넘어 샤인머스캣, 흑마늘, 유자, 다래 등 아직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저활용 농산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캐내고 있다.
오 대표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를 묻자 매출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50t 이라는 숫자”라며 의외의 답을 했다. 이는 지금까지 상품으로 되살린 매실의 양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860t의 매실이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진다. 버려질 뻔한 매실 50t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 자체를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판로가 없어 팔리지 않는 농산물이 가장 큰 고민이다. 브랜드가 생기면 농산물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결국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그에게 ‘브랜드’는 결국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리인 셈이다.
지금의 성공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작은 작업실에서 수백 번 시제품을 만들었고, 대량생산 단계에서 맛이 미세하게 달라져 연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협력업체와의 조율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제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직접 익히고 원료 배합부터 제조 과정까지 수없이 파고들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끈질긴 과정이 결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단단한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됐다. 무엇보다 제품을 기다려주고 응원해 준 고객들의 목소리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정부 지원도 이 과정에서 든든한 발판이 됐다. 예비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제품 개발 기반을 다졌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수출에도 도전했다. 현재는 미국과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창업 초기 정부 지원이 단순한 자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해외 시장까지 도전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 대표가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
그는 농업의 미래가 단순히 ‘잘 키우는 것’을 넘어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데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좋은 농산물을 키워내는 역량과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역량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이 둘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오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에게도 ‘빨리 성공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2~3년은 소비자와 진정성 있는 신뢰를 쌓아야 하고,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의 생생한 반응을 먼저 얻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은 10억원이다.
오 대표의 시선은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건강·뷰티(H&B) 카테고리를 앞세워 싱가포르와 북미 아마존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신제품 흑마늘도 선보일 예정이다.
더 나아가 2026년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LIPS) 유치와 연계한 팁스(TIPS) 연구개발(R&D)을 통해 폐기 위기 농산물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아마존과 테슬라처럼 지역 농산물의 업사이클링이 또 다른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로브콜 플라이휠’을 만드는 것이다.
매실에서 시작했지만 꿈은 훨씬 크다. 샤인머스캣과 흑마늘, 유자, 다래 등 아직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지역 농산물을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K-웰니스’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그의 또 다른 도전이다.
“아직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나지 못한 우리 지역 농산물이 너무나 많다. 더 많은 농산물이 새로운 가치로 다시 태어나 든든한 농가 소득으로 직결되는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꿈이다.”
adast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