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ETF, 발빠른 변화 대응 한계
“패시브 추구하며 유연한 상품 추구”
“AI 거품, 버블 없는 기술혁신 없어”
20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주도하며 ‘한국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엑티브 ETF와 관련, “이제 운용사가 액티브 정의를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기존 패시브를 추구하면서, 종목을 적극 바꾸는 게 아닌 운용에 유연성을 가지는 수준에서 액티브 ETF를 활용하는 게 주요한 전략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관련해선, 진정한 혁신은 이 같은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라며, 이를 이겨낸 빅테크·인프라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게 투자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중소형사들이 집중하는 부분이 기존 ‘퓨어액티브’, 열심히 종목을 선정해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종목 선정 능력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투운용이 주력하는 방식은 기존 패시브를 추구하면서, 운용에 유연성을 갖는 수준으로 액티브를 활용하는 것. 배 대표는 “종목을 적극 바꾼다기보다는 운용에 있어 유연성을 갖는 게 내가 생각하는 액티브”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처럼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선 기존 패시브 상품 만으론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최근 한투운용은 유가증권펀드 및 머니마켓펀드(MMF)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투운용이 기존 강점을 갖고 있는 패시브 ETF 위주의 사업을 구사하고, 액티브 부문은 밸류운용에서 담당하는 식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배 대표의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재편 이후에도 한투운용에서도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준의 액티브 상품은 지속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정 역량이 중요한 이른바 퓨어액티브는 이관 대상으로 점쳐진다.
유연성에 대한 갈증은 규제 문제로도 이어진다. 7월 한투운용의 ACE 액티브 ETF 4종은 상관계수 미달로 무더기 상장폐지됐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하고, 0.7 미만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퇴출된다. 한투운용의 경우, 수익률이 비교 지수를 크게 상회하면서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떨어진 게 상폐의 원인이 됐다. 그동안 순자산이 기준 미달이라 퇴출당한 ETF는 여럿 있었지만, 비교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상폐가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 역시 올들어 운용 자율성 보장을 위해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근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배 대표는 “이런 부분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ETF가 1100개를 넘어서며 업계 내 베끼기 논란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 “베끼는 것은 자존심 문제인데, 규제보다는 업계에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며 “돈을 못 벌어도 운용자산을 늘리겠다는 식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표가 꼽는 성공 투자의 요건은 두 가지, 방향과 시간이다. 배 대표는 최적의 투자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생길 때마다 투자하는 게 최선이고, 방향이 옳았다면 타이밍이 나빠도 수익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AI 버블 논란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를 제시했다. ‘버블이 없는 기술은 정말로 큰 기술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무수한 기업이 난립했고, 버블을 겪은 뒤 살아남은 곳이 지금의 빅테크라는 것이다.
또 새로운 기술이 오려면 인프라가 동반돼야 한다. AI 시대가 열리며 빅테크 기업이 세상을 주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컴퓨터, 전기 등 인프라 기업에 주목,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