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
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

보건복지부의 ‘2024년 사회서비스 공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 서비스업 사업체의 인공지능(AI)·로봇 등 디지털 기술 활용 수준은 업무 영역에 따라 3.4%에서 20.7%에 그쳤다. 반면 향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40~60.8%에 달해, 현장의 전환 의지와 실제 인프라 사이의 격차가 뚜렷했다. 장애 요인으로는 응답 기관의 46.9%가 ‘예산 부족’을 꼽았다.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 전환(AX)의 시대라지만, 정작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현장은 여전히 기술 소외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해 온 DX 관련 예산은 대체로 영리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집중돼 있다. 지자체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와 협동조합 등 공익 영역의 롱테일(Long-tail) 주체들은 이 지원 체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돼 왔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재정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이제 단순 현금성 지원을 넘어 ‘공익 기술(Public Tech) 기반의 AX 바우처 거버넌스’로의 전면적인 모델 전환이 시급하다.

그간 공공 행정이 범해온 패착은 영리 영역에서 검증된 정책 아키텍처를 공익 영역에 유기적으로 이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기부가 시행했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과, 이를 계승한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사업이 보여준 공급-수요 매칭 구조를 비영리·소셜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 영리 스타트업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 조달 방식이, 정작 공익 영역에는 한 번도 제대로 이식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의 본질이다. 지자체가 관내 단체들에게 파편적으로 지급하던 단년도 사업비 예산 과목을 ‘공익 행정 AX 바우처’로 통합하는 공공 조달 플랫폼 구축이 해답이다. 소상공인이 스마트 스토어로 독립몰을 열듯, 소규모 단체들도 정부 바우처로 검증된 행정 자동화 솔루션과 기부 빌더를 구독 형태로 도입하는 구조다.

이러한 플랫폼 중심의 일괄 구독 체계는 공공 재정을 방어하는 강력한 정량적 무기가 된다. 단체별 시스템 구축 및 유지관리(SM) 예산의 중복 투자를 차단해 지자체 단위의 예산 절감 효과를 즉각 도출할 수 있다. 나아가 후원자 관리와 기부금 증빙 처리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자동화되면, 수기로 처리하던 활동가의 행정 소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소외계층 돌봄과 공익 서비스 고도화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가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업 범위 자체를 넓히는 조직 역량의 문제다.

도입 성과는 모호한 당위성이 아닌 계량화된 지표로 증명되어야 한다. 절감된 행정 비용과 활동가의 시간 가치, 이로 인해 확대된 소셜 임팩트를 합산해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리포트’로 시각화하는 평가 체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물론 민감한 후원자 정보나 회계 데이터의 외부 클라우드 이전에 따른 보안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조달청 검증을 거쳐 국가 보안 가이드라인(CSAP 등)을 획득한 솔루션으로 풀(Pool)을 제한하고, 지정 바우처 결제 방식을 채택하면 예산 오남용 방지와 데이터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소셜 임팩트의 최종 청사진은 대형 NGO 중심의 독점적 생태계가 아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돼 온 골목길의 무수한 소규모 주체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능형 거버넌스의 완성이다. 분절 발주와 관행적 보조금 정산의 시대를 끝내고, 테크 기반의 공익 생태계를 개척하는 일. ‘AX 바우처’라는 공익 기술의 열쇠를 쥐여주는 것이 국가 지능형 행정으로 진화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향이다. 예산의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투입된 예산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바꾸는 것이 먼저다.

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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