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대낮 대구 도심에서 한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가로막은 뒤 총으로 보이는 물체로 위협하고 차량을 들이받으며 보복운전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달 27일 중학교 1학년 딸을 차에 태우고 대구 수성구의 한 도로를 지나던 중 이 같은 일을 겪었다.
A씨는 좁은 도로에서 큰 도로로 합류하면서 좌측에서 차량이 오는지 확인한 뒤 우회전했다. 이후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돌연 크게 경적을 울렸고, 곧 A씨 차량을 추월해 앞을 가로막고 멈춰 섰다.
A씨는 상대 운전자가 자신의 끼어들기에 항의하는 것으로 생각해 차량을 멈췄다. 당시 A씨가 평소와 달리 급하게 두 차선을 넘어 진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차에서 내린 남성 B씨는 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겨누며 A씨 차량을 향해 다가왔고, A씨는 공포에 질려 현장을 벗어났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저 맞으면 죽겠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워 도망갔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자신의 차량을 몰고 A씨를 계속 추격했다. 약 8분간 추격이 이어진 가운데 A씨 차량이 앞차에 막혀 속도를 줄이자 B씨는 뒤에서 차량을 두 차례 들이받았다.
이어 차에서 내린 B씨는 다시 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A씨에게 겨누며 “내리라”고 소리쳤고, 차량 앞 유리와 창문 등을 여러 차례 내리쳤다.
B씨는 다시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 후진한 뒤 A씨 차량을 한 차례 더 들이받았고, 이후 장갑을 착용한 채 송곳을 꺼내 들고 A씨 차량 주변을 돌며 타이어를 찔러 펑크를 내고 유리창도 여러 차례 내리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남성이 송곳으로 찌르면서 웃는 표정을 봤다”며 “침착하게 휘두르는 모습이 소름 끼쳤고 사냥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A씨 차량 뒷좌석에 탑승했던 중학교 1학년 딸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A씨 남편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B씨는 마치 자신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자신의 차량에 타고 있던 5세 딸을 안아 달래는 모습까지 보였다.
B씨는 경찰에게 자신이 피해자이며 뺑소니범을 잡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B씨가 A씨를 위협할 때 사용한 물건은 실제 총기가 아닌 장난감 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B씨에 대해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보복 운전은 자동차를 이용해 특정 상대방을 위협·폭행하는 범죄로 도로교통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돼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다. 보복운전 혐의가 인정되면 형법상 특수상해나 특수협박죄 등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경찰청에 접수된 보복운전 신고는 총 2만3520건으로, 하루 평균 약 13건 수준이다. 신고 건의 약 70%가 불기소 처분 등으로 처리돼 일반 교통사고 사건의 기소율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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