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국내 점유율 1년새 8.2%P↑

관세 韓 8% vs EU 45.3%·美 127.5%

하이브리드 개소세 연말 종료 등 지원↓

中정부 지원 속 국산차보다 40% 저렴

관세·보조금 격차에 업계 “역차별 경쟁”

중국의 한 항구에서 수출을 준비 중인 BYD 차량들의 모습.  [AFP]
중국의 한 항구에서 수출을 준비 중인 BYD 차량들의 모습. [AFP]

한국 완성차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35%까지 올라섰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국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마저 줄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경쟁자들과 맨손으로 맞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산 승용차에 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관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가 중국으로 수출될 때는 중국의 수입차 관세 15%가 적용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장벽으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각종 지원으로 자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는 이에 대응할 별도의 관세나 무역구제 조치가 없어 국내 업체들이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앞다퉈 방어벽을 높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산 전기차(BEV)에 대한 최고 관세율은 미국 127.5%, 유럽연합(EU) 45.3%에 달하지만 한국은 8%에 불과하다.

▶“관세만으론 부족”…EU, ‘Made in EU’로 방어벽 높여=특히, 주요국의 대응은 단순히 관세를 올리는 단계에서 자국 생산을 직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EU가 대표적이다. 2024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Made in EU’ 요건도 강화하고 있다. EU 내 최종 조립과 부품 70% 이상 역내 조달, 배터리 핵심 부품 현지 생산 등을 보조금·공공조달 혜택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소형 전기차에는 판매 1대를 1.3대로 인정하는 ‘슈퍼 크레딧’도 추진한다. BYD·체리 등이 유럽 현지 생산으로 대응하자 단순 조립을 넘어 부품·배터리까지 현지화하도록 장벽을 높이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은 다시 현지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 공장을 가동하고 튀르키예 생산기지도 준비하고 있으며, 체리는 스페인 현지 업체와 합작 생산에 나섰다. 이에 EU는 단순 현지 조립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부품과 배터리까지 역내 조달하도록 요건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美는 ‘No China Autos’…中 자동차 진입 막는 입법까지=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0.3%에 불과한 미국에선 추가적인 ‘중국차 봉쇄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내 해외 자동차 브랜드 딜러들을 대표하는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이달 4일(현지시간) ‘No China Autos(중국차 반대)’ 캠페인을 시작하고,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입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AIADA에는 약 9400개의 딜러사가 소속돼 있다. 수입차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특정 국가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이크 대로우 AIADA 회장은 “중국 브랜드의 위협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과잉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저가 차량을 대량 공급하고 약탈적 수출 관행을 이어갈 경우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딜러 수익성 악화, 결국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딜러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크 스탠튼 NADA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NADA 이사진의 95%가 중국 업체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행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국가와 소비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韓은 거꾸로…전기차 생산지원 빠지고 세제혜택도 축소=반면, 한국 정부는 기존 지원마저 줄이며 역행하고 있다. 이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지만 전기차 완성차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고성능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부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완성차 생산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비자 세제 혜택도 축소된다.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올해 말 종료돼 최대 100만원 안팎의 구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전기차 개소세 감면 한도도 현재 300만원에서 2027년 200만원, 2028년 1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생산·구매 지원이 동시에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 상황을 적극 호소하고, 축소된 세제 혜택을 포함한 지원책을 최대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안방 침투’ 가속…가격 경쟁력이 최대 무기=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 점유율은 35.0%로 1년 새 8.2%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생산 테슬라를 제외한 중국 브랜드만 따져도 1만7660대가 팔려 8.9%를 차지했다. BYD가 상반기 1만1667대를 판매한 데 이어 지커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둥펑도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체리는 KG모빌리티(KGM)에 1080억원을 투자하며 자본·기술 협력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자국 정부의 지원, 배터리 공급망을 바탕으로 원가를 낮춰 동급 국산·글로벌 브랜드보다 20~4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중국이 원가 측면에서 30% 이상 우위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가 원가를 줄이더라도 중국 업체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관세만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중국 업체들은 관세가 높아지면 현지 생산을 늘리고, 보조금 요건이 강화되면 자체 할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무역구제와 데이터·커넥티드카 규제, 국내 생산 인센티브를 아우르는 종합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내 업체 역시 폭스바겐처럼 대규모 감원과 생산거점 재편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전기차가 안방에서라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생산과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응이 더 늦어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